한국장애포럼, 민간보고서 작성 보고회… 현실적 권고안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 필요

▲ 한국장애포럼(KDF)은 국가보고서의 169개 항목을 중 현실과 다른 66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권고 제안 사항을 담은 민간보고서를 작성하고,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청회 자리를 마련했다.
▲ 한국장애포럼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공청회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9월로 다가온 한국의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심의와 관련해, 민간단체들은 민간보고서를 통해 국가보고서에 대해 ‘낙제’ 점을 주고 있다.

국가보고서에서는 정부 정책과 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장애인의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한계가 발생해 민간보고서와 다수의 ‘괴리감’이 발견됐기 때문.

이에 오는 9월 심의 이후 발표될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문에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이 채택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민간보고서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한국장애포럼(KDF)은 국가보고서의 169개 항목을 중 현실과 다른 66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권고 제안 사항을 담은 민간보고서를 작성하고,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청회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장애포럼은 “장애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인권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협약 이행에 대한 정부보고서가 누락하고 있는 내용 및 미흡한 점, 미이행 등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민간보고서를 작성했다.”며 “한국 장애인의 권리실현에 주요한 장벽으로 작용하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시정 및 폐지를 위한 권고채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은 2년 만에 UN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에 국가보고서와 더불어 민간보고서를 제출해 이행 상황을 보고하고 심의 받는다. 그리고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를 전세계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이는 정부가 바라보는 이행상황과 실제 장애인의 삶에 느껴지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정부의 국가보고서는 2011년 6월 제출됐고, 현재 한국 장애계에서는 두 개의 연대 단체가 각각 민간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장애등급제 등 폐지돼야 할 정책들… 제한적이고 한계적인 지원

한국장애포럼 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에서 작성한 민간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보고서에서 작성한 169개 항목 중 58개 문제점과 8건의 누락 등 66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민간보고서 내용과 국가보고서 검토에는 장애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등이 작성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이 전반적인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에 따르면 국가보고서에서 ▲협약의 의무를 제한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한 내용이 26건 ▲협약에 따른 장애인의 권리보장 실태를 구체적이거나 충분히 보고하지 않은 내용이 25건 ▲협약에는 명시하고 있으나 보고서에 보고하지 않은 내용이 8건 ▲협약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잘못 보고한 내용이 7건이었다.

지적된 사안 중에는 장애를 의학적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애등급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의 제한적 지원, 현실적이지 않은 정부 정책 등이 문제로 분석됐다.

또 장애인권리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인식제고와 개인의 자유 및 안전, 보험가입 차별과 성년후견제의 우려에서 나타나는 자기결정권의 문제, 장애인의 제한적 사회생활, 비자발적 입원 실태 등이 지적 받았다.

문제 유형별 대표적 사례를 보면 국가보고서와 다르게 현실에서는 지랍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참여가 제한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국에 158개소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정부가 25개소를, 지방자치단체가 57개소를 재정지원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한국장애포럼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절반에 불과해, 지원의 폭과 대상에 한계가 있음을 꼬집었다. 이는 정부가 정부 정책과 지원이 있다는 데서 멈출 뿐 현실적인 삶을 바라보지 못하다는 것.

▲ 문제 유형별 국가보고서 분석 결과 ⓒ한국장애포럼
▲ 문제 유형별 국가보고서 분석 결과 ⓒ한국장애포럼

한국장애포럼은 현실에는 없는 정책이 국가보고서에 명시된 부분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국가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장애인 인권과 장애 접근 가능한 시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된 내용이 반영된 교과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어 잘못된 보고라는 것.

오히려 장애를 동정과 자선의 대상, 폭력의 대상 등으로 언급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내영이 발견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요구는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내용으로 보고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장애포럼에 따르면 국가보고서에서는 ‘정부는 의학적 판단 이외에 근로능력과 사회적 생활능력도 판단하는 종합적인 판정체계를 새로 구축해 장애인 개인에게 적합한 사회적 서비스를 연계해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장애등급심사제도는 더 엄격해 지고 있고, 기존의 등록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또는 장애인연금 등을 신청하려면 장애등급을 재심사 받아야 한다. 그 결과 등급 하락 또는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존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 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의학적 판단만으로 장애인의 서비스를 결정하려는 기존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 특성과 요구에 맞는 서비스 지원 방안 수립을 정부에 권고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정부보고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작성되면서, 한국 장애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보고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전략적 접근으로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받아내야

국가보고서와 민간보고서에서 차이가 나는 것처럼, 장애인 삶의 현실이 열악한 상황에서 좀 더 실질적인 권고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한 나라의 장애인 삶을 단기간에 파악해야 하는 만큼 중요 쟁점들을 정확히 분석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권고로 받아내는 설득력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
▲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은 이 부분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은 “많은 나라들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를 검토해 봐도 완벽한 나라는 없다. 국가보고서와 민간보고서에는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정도와 현실 등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며 “초기단계의 시행착오들이 나타나고 보완할 점을 파악해나가기 위해 국가와 민간에 보고서를 받아 이행상황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시간적 현실적 제약이 있는 만큼 국가보고서와 민간보고서 사이의 차이점과 한국의 현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도록 위원들과 다양하게 접촉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UN과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고발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자의 역할을 할 것이고 민간의 고민에 충분히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장애차별조사 1과 김대철 과장은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와 객관적 자료들의 수집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UN장애인권리협약을 감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한다.”며 “민간보고서에서 지적한 부분들에 인권위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보고서가 좀 더 설득력 있는 자료를 확보해 당위성과 명분성 외에도 객관적 수치와 사례들을 포함해 준다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권고를 받아내는 데 득이 될 것.”이라며 “더불어 현실에 당장 필요한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지원서비스 문제, 인권감수성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법 개정과 제도 개선, 나아가 이들이 강제성을 띌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UN장애인권리협약 조항별 국가보고서 주요 내용 검토결과 및 한국장애포럼 제안 권고사항(내용 일부)ⓒ한국장애포럼
▲ UN장애인권리협약 조항별 국가보고서 주요 내용 검토결과 및 한국장애포럼 제안 권고사항(내용 일부)ⓒ한국장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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