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김정숙 부부
▲ 김종필·김정숙 부부

14일 충주성심맹아원에서 사망한 故 김주희 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한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대전고법 제2형사부는 사망한 故 김 학생의 부모가 지난 7월 성심맹아원 관계자 5인을 상대로 제기한 재정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생활지도교사 A 씨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기소결정을 내렸다.

故 김 학생이 세상을 떠난지 2년여 만이다.

대전고법 재판부는 ‘A 씨는 당시 김 학생이 잠을 자다 깨어나 문을 두드렸으면 긴급구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데도 피해자를 의자에 앉도록 하고 동요만 틀어준 채 곧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는 점을 들어, “A 씨의 업무상 과실 등으로 김 학생이 발작으로 인한 호흡곤란이나 심장부정맥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A 씨의 혐의에 대한 진위 여부 위주로 진행됐으며, 피고측은 일부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故 김 학생 사망 사건의 첫 공판이 있기 전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故 김 학생 보호에 책임이 있었던 교사들은 현재 충주성심맹아원에 재직 중이다.

故 김 학생의 부모인 김종필(아버지)·김정숙(어머니) 부부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비극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 부부는 사고 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했다. 1년 6개월동안 청와대 앞에서 매일 5시간 이상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빚은 점점 쌓였고, 김정숙 씨는 몇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첫째딸까지 자살을 시도했다. 첫째딸은  치료 뒤 집을 나가버렸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멈출 수 없었다. 김 씨 부부는 “자신들은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딸의 죽음에 조금의 거짓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상 규명만을 원한다.”고 외쳤다.

책임 소홀로 빚어진 사건… “왜 바로 알리지 않았나”

5남매 중 넷째인 故 김 학생은 시각장애 1급과 뇌병변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딸에게 자립심과 사회성을 길러주고자 했던 김 씨 부부는 2008년부터 전국 각지를 수소문하며, 딸에게 맞는 학교를 찾았다.

그러던 중 2011년 10월, 충주성심맹아원에서 입학 허가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자마자 김 씨 부부는 서둘러 준비했고, 11월에 입학시켰다.

김 씨 부부는 충주성심맹아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홀로 딸을 맡기는 것에 대해 걱정이 컸지만, 24시간 딸을 돌봐준다는 지인들의 말에 안심했다.

사건은 故 김 학생이 입학한 다음해에 발생했다. 사건 발생 하루 전, 김 씨 부부는 충주성심맹아원으로부터 ‘주희가 다쳐 골반에 상처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 부부는 다음날 바로 방문하고자 했지만, 충주성심맹아원은 이를 말렸다. 

다음날인 2012년 11월 8일 새벽, 故 김 학생은 차가운 주검이 돼 김 씨 부부를 만났다. 김 씨 부부에 따르면, 충주성심맹아원 관계자는 ‘잠든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점 등 이상한 낌새를 느껴 신고했고, 검찰조사가 진행됐다.

김 씨 부부에 따르면 검찰조사 결과, 故 김 학생의 담당교사인 A 씨는 “밤 9시쯤 주희가 공동방 바닥 매트 위에서 잠이 들어, 안아서 ‘진실방(독방)’으로 옮겨놓고 평소 하던 대로 근무했다. 새벽 1시 19분경 방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아이들이 깰까봐 동요를 틀어줬다.”고 진술했다.

그로부터 4시간 뒤인 새벽 5시 30분경 A 씨가 ‘진실방’으로 돌아갔을 때, 故 김 학생은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 사이에 목이 끼인 채 숨을 거둔 상태였다.

충주성심맹아원은 故 김 학생이 사망한지 1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김 씨 부부에게 연락, 시신을 영안실에 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엇갈린 사망 원인, 순탄하지 않았던 수사 및 부검까지

충주성심맹아원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故 김 학생의 사인으로 질식사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약물사’로 의견을 모았다. 사건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부검을 통해 ‘사인불명’과 함께 ‘사망시각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김 씨 부부는 재부검을 요구하며 장례를 거부했지만, ‘철저하게 수사하겠으니 보내줘라’는 담당검사의 말에 화장을 진행했다. 담당검사는 화장을 진행한지 3일 만에 바뀌었다.

국과수는 사진으로 재부검을 실시, 사인불명이라는 의견과 함께 ‘돌발성 뇌전증으로 인한 급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지었다.

지난해 3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질식사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지만, 사망 과정이 짧아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결국 검찰은 故 김 학생의 담당교사가 옆에서 지켰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 A 씨를 비롯한 충주성심맹아원 관계자들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 전문의들은 뇌전증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굉장히 낮으며, 방임·방치에 의해 벌어진 질식사라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가 제공하는 뇌전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물 속, 운전 중, 높은 곳에 있는 경우, 사망 위험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뇌전증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하고 있다.

故 김 학생의 주치의였던 서울아산병원 고태성 의사도 소견서를 통해 ‘소아·청소년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의 대규모 연구결과에서는, 원인불명의 돌연사는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국과수는 ‘얼굴의 울혈, 전신장기의 울혈, 출혈 염증의 소견이 없었고, 내부장기 등에서 특기할 이상이나 병터를 보지 못했다. 질식에 의한 사망이 아니다’고 소견을 밝힌 반면, 건국대병원의 한 의사는 ‘안면부 울혈 및 경부 눌린 자국이 확인 됐으며, 이는 전형적인 질식사’라고 바라봤다.

2년간의 고군분투, ‘명확한 진상규명’만 있으면 된다

▲ 김 씨 부부는 사고 뒤 딸의 억울함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집을 팔고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청와대 앞에서 1년 6개월, 매일 5시간 이상 피켓시위를 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 김 씨 부부는 사고 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집을 팔고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청와대 앞에서 1년 6개월, 매일 5시간 이상 피켓시위를 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하루에 2~3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하고 있는 김 씨 부부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주변의 시선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다.

“2년이라는 시간을 싸워왔어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팻말을 들고 이틀에 한 번씩 청와대에서 시위를 했죠. 진상규명 해 달라고……. 그때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저희를 철저히 무시했죠. 저희를 취재 온 언론사들에게 경찰을 부르겠다며 쫓아내기도 했죠.

저희를 도와준 것은 어떻게 보면 국민들입니다.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10만 명이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이번 사건 재수사에 대해 서명해줬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이번 공판은 극히 일부의 혐의에 대한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재판이 이뤄졌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번 공판을 계기로 더 열심히 목소리 내서 우리 딸이 어떠한 이유로 죽었는지 그 진실을 알아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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