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교폭력 피해자 대책마련을 위한 기자회견 실시

“이 사건이 오늘로 6개월이 됐다. 지금도 우리 가족에게는 고문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참고 또 참아 이 자리에 왔다. 아들의 사건진상규명을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 이제는 내 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피해자 김 모 학생의 어머니 발언 중-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중학교에서 지적장애인 남학생 김 모 학생이 동급생들에 의해 허리에 담뱃불로 지짐을 당하는 일명 ‘담배빵’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학교측과 경기도 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 피해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장애계 단체가 모였다.

지난 11일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장애인 학교폭력 피해자 대책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이 사건은 피해자 가족측의 재수사 요청이 있었지만 경기지방경찰청에 증거불충분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온 상태다.

그동안 김 모 학생의 어머니는 진상규명을 위해 학교측과 경기도 교육청, 경찰서, 청와대에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뚜렷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이 사건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학교측과 경기도 교육청은 아무런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 나서 어머니와 상담 후 직접 학교를 찾아갔다.”며 “학교측에 실망했다. 교장과 관계자를 만나려고 했지만 협조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학교측의 설명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학생을 보호하는 담임교사가 면담뿐 아니라 얼굴조차 보는걸 거부했다. 이것도 자신의 인권이라고 했다.”며 “자신의 책임져야할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채 ‘당신의 수사기관이 아니지 않느냐. 수사권을 가지면 만나겠다.’는 직접 얘기를 들었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이후에도 이 집행위원장은 사건 발생 뒤 학교측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측은 “김 모 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가 동선을 전시간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가해자 학생을 어떤 방식으로 찾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행위원장은 “학교는 적극적으로 나서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았고 이러한 무성의한 태도는 오히려 진실을 규명하는데 걸림돌이 됐다.”며 “다른 문제도 아니고 피해자 김 모 학생은 언어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데 약자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해야 할 학교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학교를 관리하는 경기도 교육청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성남시장애인권리증진센터 박윤근 팀장은 “이번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물 흐르듯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학교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교육청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 팀장은 이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3인 중 1인이 지속적으로 김 모 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교육기관이 할 일이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육청의 책임있는 모습을 바란다.”고 경기도 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고자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 현장이 촬영된 CCTV의 백업을 학교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늑장대응으로 예정일보다 하루가 지난 뒤 진행돼 CCTV를 하루 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며 장애계단체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장애계단체가 경기도 교육청에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킬 것 ▲장애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장애학생인권조례 제정 ▲해당중학교에 학교폭력위원회와 관련한 감사 실시 ▲실질적인 장애인인권교육 실시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날 이 요구사항과 함께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에게 면담요청 공문을 담당비서관에게 전달했다.

▲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진태 사무국장이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 면담 요청 공문을 담당 비서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진태 사무국장이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 면담 요청 공문을 담당 비서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정 면담 요청 공문
▲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 면담 요청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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