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보건복지부 규탄 결의대회’ 열어

지난 1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일명 ‘송파세모녀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 방향으로 명시, 장애계 및 시민단체는 빈곤 사각지대 해소의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2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추진 중단을 외쳤다. 더불어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한 폐쇄적 논의기구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결의대회를 가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아닌 ‘폐지’로 가야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약 12만 명이 추가로 수급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부양비 부과기준선’을 현재의 최저생계비 185%에서 중위소득까지 상향 조성하는 데 따른 변화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장애계 및 시민단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낮은 보장수준과 넓은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는 기존 수급자는 물론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

공동행동은 문서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빈곤층의 삶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수급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사회적 부양의 의미를 다하지 못한다는 데서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 부양의무제 폐지가 적힌 풍선을 들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 부양의무제 폐지가 적힌 풍선을 들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늘어나는 노인빈곤율과 수급탈락으로 인한 빈곤층의 자살 등 여러 사회문제들은 사회적 부양이 본격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절차가 생략됐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 완화하는 것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고 지적해 의견수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수급자 선정에 최저생계비가 아닌 중위소득 개념이 새롭게 도입되지만, 이 역시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공동행동은 주장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빈곤층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상대적 빈곤선을 제도에 도입하고 개별급여로 급여 방식을 바꾸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며 “하지만 개별급여와 기준완화라는 변화를 내세울 뿐, 실질적으로 급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한 전체 예산이 증액되는 것.”이라며 “예산 증액 없이 급여를 나누고 수급자 선정기준을 달리해 봤자, 기존 수급자의 급여를 빼앗아 나누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로만 이뤄지는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는 ‘그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차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기획단’, 지난해 2차 ‘장애판정체계기획단’을 구성해 장애계와 전문가들이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를 논의해 왔다. 현재는 지난 4월에 3차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 추진단’을 구성해 종합판정도구 개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공동행동은 3차 추진단부터는 장애계단체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올해 추진단에는 장애계단체가 반도 참여 못했다. 정부는 ‘법인단체인 장애계단체 만 참여시켰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법인단체 중 참여하지 못한 장애계단체도 많다.”며 “전문가들 중에서도 논의 중 몇몇이 제외되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해 폐쇄적 논의 기구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종합판정도구 개발 설명회 개최를 저지하고 나서는 사태까지 발생, 파행이 거듭되기도 했다.

남 정책실장은 “정부는 장애계의 목소리를 담아 논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장애인당사자와 전문가로만 이뤄진 논의기구를 구성해 이미 정해진 내용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예산확보와 장애인연금 및 활동지원서비스 등 중요한 지원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빠졌다.”고 질타하며 범정부적인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공동행동은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를 ‘포장뿐인 복지’라고 질타하며, 반품상자를 만들어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더불어 기자회견 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이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반품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이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반품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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