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등에 소극적 태도 보이는 정부 ‘질타’… 전장연 등 결의대회와 선전전 나서

▲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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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지난해 세계장애인의 날(12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퍼졌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목소리가 올해 보신각에서 어김없이 울려퍼졌다.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서울 보신각에서 ‘제22회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한된 장애등급제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수년째 외치고 있지만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했다. 최근 장애등급제 폐지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았을 뿐, 장애계와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최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기준 문제가 지적된바 있는만큼, 장애인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촉구되고 있다.

정부의 독단적 장애인정책은 ‘죽음의 늪’

장애계에서는 정부가 홍보하는 권리실현과 정책과는 다르게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크게 질타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세계장애인의 날은 이기적인 탐욕이 아니라 이 세상을 더 큰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정해진 날.”이라며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못 찾는 현실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어 “2년 넘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이야기해 오는 동안 9인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며 “이제 우리 두 눈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고속버스에 장애인편의시설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도록 투쟁해서 쟁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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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조현수 정책국장은 “잊을 만 하면 들리는 장애인의 죽음, 아직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다.”며 운을 뗀 뒤 “어제(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에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이동권에 대한 지원이 자연증가분 만을 반영한 최소한으로 증액됐다. 이는 정부가 장애인 정책의 변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도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았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장애인들의 열악한 현실.”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한국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도 시내에서만 살 수 없고 시외로도 가야하는데 자가용이 없으면 못가는 세상.”이라며 “시외버스에서 조차 휠체어를 탈 수 없는 이런 현실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은 집에서만 살아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장애계의 질타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집중됐다. 의료모델로 장애인을 등급화 하고, 이에 따라 지원을 하게 되면서 장애인의 욕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

더불어 장애등급제 폐지만을 공표했을 뿐, 장애계의 의견수렴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현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공동행동 임영희 집행위원은 “정부의 장애종합판정체계 방향은 장애등록제를 유지하고 장애인연금 등 소득보장 대안과 예산확대 계획 등을 배제했다.”며 “정부는 서비스판정표 문구만을 갖고 논의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등급이라는 이름만 바꾸는 정책은 안된다. 신속히 장애종합판정체계 논의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임 집행위원은 부양의무제의 문제도 꼬집었다.

현재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정책은 예산을 늘리는 방향이 아닌 개별급여 도입으로 기초생활수급 조건의 기준만 바꿨다. 예를 들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각 급여마다 기준에 달라져 기존에 두 가지를 다 받던 사람도 한 가지로 줄 수 있다는 것.

임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제를 ‘세모녀법’이라고 부르지만 절대 그 법으로는 세모녀를 구할 수 없다.”며 “기초생활수급을 받아야 할 117만 명중 겨우 12만 명만 구제할 수 있다. 기존에 받던 수급자들의 수급권만 줬다 뺐는 정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발달장애인 공연단의 북공연과 민중가수 ‘유치장’의 공연을 이어가며 장애계의 외침에 힘을 실었다.

이어 집중결의대회를 마친 후 이날 모인 100여 명의 장애인들은 보신각에서부터 청계로를 따라 프레스센터로 행진하며 장애등급제 폐지 등에 대한 선전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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