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차역이나 거리의 홈리스들에게 술을 사줘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게 해 준다고 현혹해 요양병원으로 유인·입원시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보터 지원금을 타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행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그 원인을 짚어보고 홈리스들에 대한 의료지원제도와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2014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지난 1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4층 회의실에서 ‘홈리스 의료현실과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난무하는 설립과 일당수가제를 악용하는 ‘요양병원’… “정부의 책임 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홈리스들을 요양병원으로 유인하고 장기입원을 유도하게 된 배경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국의 요양병원이 1,087개소로, 2003년 68개소, 2004년 92개소였던 것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문제는 2002년부터 부족한 요양병원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단기간에 확충하고자 민간 의료기관에 유인책을 제공해 무분별한 요양병원 설립이 이뤄진 부분이다. 그 결과 민간 중심의 급격한 양적 성장과 극심한 경쟁을 낳았다.

유인책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환자의 심신 장애상태, 서비스 필요량 등에 의거해 등급을 분류 뒤 등급별 일일수가인 ‘일당수가제’를 적용해 지급한 것.

일당수가제는 등급별 일일수가에 입원 일수를 곱한 요양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해당 요양병원으로 지급하는 요양급여다. 요양급여는 7일이상 장기입원이 했을 때 중증인 1급은 180만 원, 2급은 140만 원~160만 원 정도의 급여가 나온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 “일당수가제의 본래 취지는 치료 행위별로 주던 ‘행위별수가제’의 문제인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며 “공급자들의 제도 악용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가 안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요양병원에 환자가 들어오면 7일째까지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고 8일째부터는 일당수가제가 적용되는데, 병원입장에서는 많은 수의 환자와 이들의 장기입원을 유도해야 지원비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이에 병원들은 많은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홈리스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하고, 입원한 홈리스들의 장기입원을 유도하도록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김 사무국장은 “이 과정에서 홈리스들의 장기입원을 유도하기 위해 인권유린이 벌어진다.”며 “건강한 홈리스들에게 코끼리도 쓰러뜨린다는 일명 ‘코끼리 주사’를 놓거나 알코올 중독자 또는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장기입원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설 중심의 노숙인 주거 대책에 대한 문제점 또한 꼬집었다.

서울시의 ‘2013년 하반기 노숙인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노숙인 쉼터 이용 현황에서 시설생활노숙인은 2,692인이었고, 일시보호노숙인은 431인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노숙인 시설은 임시 수용일 뿐, 절대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대규모 시설 중심의 수용은 열약한 시설 환경과 불편한 생활 여건 등으로 끊임없는 탈소자를 양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지원 없는 부실한 정부의 노숙인 주거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노숙인의 주거지원을 위해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데 당장 돈을 들이긴 싫고, 국민의 혈세로 내는 국민건강보험을 허술하게 관리해 일당수가제로 지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아직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쪽방이나 고시촌 어딘가에 사는 노숙인들도 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숙인을 위한 주거 정책에 대한 예산확보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요양병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공공요양병원의 비중 확대 ▲노숙인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제시했다.

불법행위에 가려진 ‘노숙인 건강권’… “의료급여를 받기 위한 절차 어렵다”

이어 불법행위에 가려져 노숙인들의 건강권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유경 씨.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유경 씨.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유경 씨는 “이제까지 시설중심의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노숙인들의 건강권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노숙인들을 의한 의료제도가 열악하고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숙인 의료제도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노숙인의 의료지원을 명시했다. 또한 ‘의료급여법 제3조 수급권자 조항의 제9항’에 따라 노숙의 의료급여를 통해 지급을 명시했다.

특히 노숙인의 의료급여는 ‘노숙인 등’에 해당하면서 노숙인 해당 기간이 지속적으로 3개월 이상 유지되고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체납된 사람이여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노숙인이 의료급여를 받기 위해 대상자 요건 및 입증 절차가 어렵고, 진료시설 접근이 제한된다는 것.

노숙인 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이 되려면 먼저 의료급여를 받고자 하는 노숙인이 노숙인시설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역 의료급여사업팀의 자격 선별을 거쳐 노숙인시설에 결과 통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박 씨는 “보통 노숙인시설은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외딴 곳에 있는데 노숙인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이용자가 직접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며 “거리도 문제지만 정작 의료급여를 받는 절차를 아는 노숙인은 많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노숙인시설 또한 자신의 선택해 가는 게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지정병원으로 가야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복지부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8개소에 제주는 2개소, 울산과 광주는 5개소 등으로 전반적으로 수도권 외 나머지 지방도시에서는 지정병원이 적었다.

박 씨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지정병원이 없어 의료급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리나 이동수단에 따라 노숙인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제한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정병원에서 요양병원은 제외돼 노숙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제한하고 있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박 씨는 “노숙인은 요양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지정병원과 관련해 명백한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정부는 노숙인의 건강을 보편적인 건강권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관리해야 할 사회문제로 바라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박 씨는 △필요한 예산 확보 △의료급여 선정기준 지속적인 개선 △노숙인 의료의 질과 차별 문제에 대한 고려 △지자체 차원의 의료급여 수급자 발굴 노력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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