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홈리스 사망사건 규탄 및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 열려

새해 30대 노숙인이 뇌출혈이 진행되는 응급상황에서 병원에 진료거부를 당하고 전전하다 끝내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자정 경기도 안산에서 두부손상 출혈이 발생해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노숙인 신모 씨(38). 그는 병원 도착 약 7시간 만인 지난 3일 12시 14분에 사망했다.

문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음에도 세 곳의 의료기관들이 신 씨를 받아주지 않았고, 해당 지자체와 경찰도 그를 인계하지 않았다는 점.

이 과정에서 구급대가 H병원으로 신 씨를 후송했으나 병원 측은 상습주취자란 이유로 두 차례 진료를 거부했고, 인근 D병원과 O병원 역시 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과 안산시청, 단원구청도 신 씨에 대한 신병 인수를 거절했다.

신 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에 다시 방문한 H병원에 세 번 째 만에 가까스로 입원했고, CT촬영 결과 뇌경막하출혈(뇌진탕으로 인한 뇌출혈) 발견하고 치료를 하려했으나 결국 이날 낮 12시 14분에 사망했다.

그의 죽음에 시민단체들은 노숙인 의료제도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지난 13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안산시 홈리스 사망사건 규탄 및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떠넘기기 바뻤던 병원과 해당지자체, 경찰… “신 씨의 죽음은 사회적 살인”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단체들은 응급 상황이었던 노숙인 신 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시간을 허비하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의료기관과 해당 지자체, 경찰을 비판했다.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은 “뇌경막하출혈은 사망률이 높은 출혈이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신 씨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며 “그 사이 시간이 흘러 뇌에 출혈량이 늘어나면서 뇌압이 상승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출혈량이 늘기 전 수술을 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아무리 노숙인이나 주치자라고 해도 응급의료상황에서 거부당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사회가 저지른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신 씨의 사건에 있어 병원, 시청 등 관계기관들은 명시돼 있는 법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사무국장은 “구급대에 발견됐을 때 당시 신 씨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상황에 처했었다. 하지만 병원과 해당기관들은 그 법률조항을 지켜지 않고 서로 떠밀기만 했다.”고 질타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6조의 2에 따라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은 구조·구급활동을 함에 있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 구청장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고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울만 노숙인 위한 의료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진료 못 받는 노숙인 태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신 씨의 죽음 통해 드러난 열악한 노숙인 의료제도가 질타를 받았다.

현재 행려환자에 대한 의료급여 제도를 통해 일정한 거처가 없는 사람이라도 응급상황에 처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의 선정기준은 ▲일정한 거소가 없는 자 ▲행정관서(경찰서, 소방서 등)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자 ▲응급환자임이 의사 진단서(또는 소견서) 상 확인되는 자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없는 자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급여 제도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노숙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숙인 당사자 김민수 씨(가명)는 “진료소에 진료를 받으러 갈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때문에 거절 당할 때가 있다. 앞으로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노숙인들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씨의 경우도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직장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지난 2008년 의료급여 행려환자 선정기준이 의료급여 지침 변경으로 기존 경찰의 ‘피구호자 연계서’를 통한 행려환자 확인에서 ‘부양의무자 조사 뒤’ 선정으로 변경된 상태다.

기존에는 경찰이 피부양자 인계서를 끊어주면 이것을 통해 의료급여를 받아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부양자의무자 기준이 생기면서 진료비의 부담을 부양의무자에게 지도록 바뀐 것.

이에 병원들은 노숙인들에게 진료비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이러한 제도의 허점이 신 씨의 진료를 거부한 세 병원으로 하여금 진료를 거부하게 하고 있다.”며 “이번 참극은 정부의 제도가 만든 살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홈리스들의 의료급여제도 개선 △행려환자에 대한 의료급여제도에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노숙인 복지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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