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AG 조정 은메달리스트에서 크로스컨트리 메달에 도전한 ‘이정민 선수’

▲ 조정 선수에서 동계종목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이정민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 조정 선수에서 동계종목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이정민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9일 개막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열전에 돌입한 제1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정 시범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정민 선수가 설원 위 첫 출발선에 섰다.

떨리는 마음도 잠시,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그의 질주가 시작됐다.

크로스컨트리 2.5km 남자 좌식 부분에 처음 출전한 이정민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정민 선수는 “선수생활을 해왔지만 처음 출전하는 종목인 만큼 긴장도 됐다.”며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기쁨이 크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조정과 크로스컨트리는 근지구력과 심폐기능을 요하고, 장거리 경기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 도움이 됐다.”며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는 조정과 크로스컨트리를 병행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오는 10일 크로스컨트리 5km와 더불어 11일 이번 대회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이애슬론에도 도전한다.

조정의 매력에 빠져 시작한 ‘무한도전’의 선수 생활

그가 처음으로 장애인체육에 발을 들인 것은 2012년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통해 조정이 소개된 이후였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광고학을 전공한 뒤 영국계 금융회사에서 근무할 만큼 능력도 인정을 받았던 이정민 선수.

4~5년 정도 직장인의 삶에 매진하던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온 조정 특집. 그때까지 이정민 선수는 운동에 욕심도 많고 즐겨보기도 했지만 전문적으로 운동해본적은 없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랬던 그는 큰 마음을 먹고 회사까지 그만두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 크로스컨트리 이정민 선수 ⓒ웰페어뉴스
▲ 크로스컨트리 이정민 선수 ⓒ웰페어뉴스
이 선수는 “다리가 불편해 과격한 운동은 하지 못하지만 운동을 하고 싶었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조정이 나에게 적합해 보였다.”며 “미사리를 직접 찾아갔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장애인체육과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사실 크로스컨트리의 시작은 지난달로, 한 달 만에 좋은 전국대회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며 동계종목 첫 도전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운동신경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정민 선수는 길랭바레증후군, 다발성신경염으로 오히려 무릎아래쪽이 약하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라는 절연물질이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증후군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1991년 11월로, 바이러스성 근육마비가 오는데 아직 그 원인도 치료법도 발견되지 않았다. 진행정도에 따라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이정민 선수는 어릴 때는 산소호흡기가 있는 24시간 소아병동에서만 지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때문에 이정민 선수는 어릴 적 소아병동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 야구 등을 하면서 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아 부상도 많았고, 자격지심이 생겨 속 앓이를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 선수로 당당하게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 하지만 꿈을 놓치지는 않을 것”

이정민 선수는 현재 장애인 조정선수와 크로스컨트리 선수생활 외에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공부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한때는 장애가 부끄러워 숨기기도 했지만, 선수생활을 시작하며 장애를 인정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며 “성공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내면의 성장,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국제대학원에서는 국제협력을 주로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체육에서도 행정이나 협력 관계가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는 만큼, 그는 정형화된 목표를 세우고 무작정 달려가기 보다는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방법을 택했다.

대학원 역시 그 방법 중 하나다. 이정민 선수는 “장애인체육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행정이나 협력 관계가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그 때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선 조정과 크로스컨트리 두 종목은 병행하고 싶다. 물론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마음이라면 충분히 병행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렇다고 해서 내 꿈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그가 변수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장애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청년들이 그렇듯 30대에 들어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기 때문.

그래서 일까. 이정민 선수는 선 듯 자신의 최종 목표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만큼 조심스럽다.”며 “서른 즈음의 청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다르지 않다. 꿈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목표는 더 구체적이 되거나 좀 더 가능성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목표는 올해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조정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장애인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라며 “물론 가능하다면 2016리우장애인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 그리고 1년 남짓 남은 대학원 공부도 충실히 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뒤늦은 도전을 응원하는 ‘가족의 힘’

끝으로 이정민 선수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첫 경기를 치른 9일은 며칠 전 돌아가신 이정민 선수의 할아버지 발인이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선택하고 준비해온 선수로의 삶을 위해 gms쾌히 경기장으로 그를 보냈다.

이정민 선수는 “아들이 하는 일을 응원하고 기꺼이 경기장으로 보내준 부모님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응원도 안전하게 경기를 마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 “서른 두 살 아들이 실업팀도 없고 황무지 같은 환경에서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또 직장까지 그만두고 선수가 된다고 했을 때,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염려도 많이 하셨다.”며 “하지만 이제는 지인들에게 아들 자랑이 늘어지는 여느 부모님들과 같은 모습으로 나를 응원해 준다.”며 든든한 가족의 힘을 자랑하기도 했다.

든든한 응원을 보내는 가족과 뚜렷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정민 선수. 그는 “주어진 환경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내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루하루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노력을 계속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 조정 선수에서 동계종목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이정민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 조정 선수에서 동계종목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이정민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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