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언어 관련 법안에 대한 올해 첫 공청회 개최

청각장애인들은 언어권 보장을 통해 인권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끊임없이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고 이를 법으로 제정하길 요구해 왔다.

올해 처음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률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회의실에서는 한국수어법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현재 국회 교문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정진후 의원의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의 ‘한국수화언어 기본법’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수화기본법안’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의 ‘한국수어법안’ 등 총 4개의 법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입법 과정에 반영하고자 열렸다.

그동안 발의된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관련 법안은 유사한 법안이 4개라는 이유로 병합심사와 공청회가 필요하다는 지지부진한 결과만 있었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는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은 농인들의 숙원이자 소망.”이라며 “그동안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과 관련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다가 올해 제정법안으로서 공청회가 개최돼 농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어권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로, 청각장애인들도 모든 생활영역에서 언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또한 언어를 기반으로 한 농문화 발전을 위해 공용어로서 인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 ‘수어’와 ‘농인’이라는 용어 지정부터 시작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의 대부분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에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국회의원들은 먼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에 있어 ‘수화’와 ‘수어’ 등 명칭사용의 혼재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확한 용어 지정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총장.
▲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총장.

이에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총장은 ‘농사회 용어 정리 토론회’와 농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3년 5월과 6월에 실시한 수화와 수어 등 용어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을 전했다.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5월 설문조사결과, 131인과 청인 168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에서 ‘수어’가 59%로 가장 선호했으며 이어 ‘수화’가 41%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6월에 전국 시·도 농아인협회 및 지부의 농인 중 1,457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 및 대면 설문에서도 수어가 5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수화가 4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 ‘한국수화’라는 용어는 100년 넘게 사용돼 왔지만, 최근 농인 들에게는 언어의 ‘어’자를 써서 농인들의 언어도 국어와 대등하게 용어로 표현되는게 타당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어’라는 법제명 사용을 통한 용어지정은 언어의 지위를 인정할 뿐 아니라 많은 비장애인에게도 언어로서 위상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사무총장은 농인과 농아인, 청각장애인의 용어 사용에 대해선 5월 설문조사결과 ‘농인’을 60%로 가장 선호했고 ‘농아인’이 32%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6월 설문조사결과에서도 농인이 57%로 가장 높았고, 농아인이 43%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청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병리적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용어.”라며 “농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수어를 기반으로 농사회·농문화를 이뤄 살아가는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2013년 10월 22일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수어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 2013년 10월 22일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한국수어법 발의’ 기자회견을 연 모습. ⓒ웰페어뉴스DB

‘사회통합 차원’에서 비장애인 어린이 수화교육 필요

이어 수화를 언어로 지정하는 법 제정과 함께 사회통합차원에서 비장애인 어린이의 수화교육 실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비장애인들은 특별히 따로 수화를 배우지 않는한 농인들과 의사소통이 어렵고, 이는 사회적 차별이 심화돼 결국 사회통합차원에 반한다는 것.

장애인문화누리 김철환 실장은 “사회통합이 강조되면서 학교와 각 기관에서 인권교육이 강화되는 시점인데 수화교육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건 적절치 않다.”며 “입법을 통해 일반교육과정에 일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과 수어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통합 차원에서 초·중학교 과정에서 방과 후 교육이나 특별활동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고등학교에서도 제2외국어 등으로 수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화를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의 설치·운영과 수화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도록 수화통역센터의 설립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 교수는 “언어로서의 수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수어교육 및 수어를 사용한 교육과 관련한 공식 기관의 설립은 한국수어와 농교육의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 대학교에도 수화통역학과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화연구는 많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5년마다 수립되는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 규정 △심의자문위원회로서 한국수어심의회 설치 △청각장애인의 가족지원을 위한 근거 조항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지난 2013년 4월 17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수화언어기본법 제정 및 농교육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지난 2013년 4월 17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수화언어기본법 제정 및 농교육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연 모습. ⓒ웰페어뉴스DB

한편 이날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이 제정되게 되면 가장 실무자로서 움직여야 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관계자가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수화가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아직 해당 정부기관간 협의가 필요하다고만 답할 뿐이였다.

▲ 정의당 정진후 의원.
▲ 정의당 정진후 의원.
이에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문체부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만약 타 부처가 반대할지라도 정부가 소외된 계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인지하고 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 의원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 제정과 관련해 “수화를 언어로서만 제정하고 연구하는 차원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농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단순히 언어적 차원이 아닌 수어법 제정을 통해 법에 포함시켰을 때, 농인들이 국민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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