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휠체어농구연맹 변효철 총재

“우리 휠체어농구의 저력과 선수들의 실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휠체어농구가 당당한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휠체어농구를 보기 위해 줄을 서서 표를 사는 관중들의 모습, 그날이 휠체어농구 리그를 준비하는 우리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오는 11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휠체어농구 리그가 시작된다.

휠체어농구 리그 도입은 한국에서 장애인 체육 종목 중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처음이다.

이를 위해 한국휠체어농구연맹은 지난해 12월 24일 발기인 총회를 첫 발로,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 휠체어농구 경기 장면 ⓒ웰페어뉴스 DB
▲ 휠체어농구 경기 장면 ⓒ웰페어뉴스 DB
리그는 오는 11월을 원년으로 삼아 매년 11월~이듬해 3월까지 3개월여 간 매주 주말에 팀별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에 휠체어농구팀은 10여 개, 실업팀은 한 곳 뿐이다. 아직은 휠체어농구를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장애인체육 현실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도 따른다.

하지만 리그를 통해 휠체어농구를 당당한 종목으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목표는 단단하다.

선수들은 지난해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6위를 차지했고,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탄탄한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처음은 ‘동원’된 관중이었지만, 그들은 열정적인 호응과 응원을 보내며 휠체어농구의 ‘인기요소’를 톡톡히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휠체어농구는 이 모든 변화를 동력 삼아 ‘성공적’ 리그를 향해 돛을 올렸다.

휠체어농구를 당당한 체육 종목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품고 오는 11월, 리그 첫 경기의 ‘점프볼’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국휠체어농구연맹 변효철 총재를 만나 들어봤다.

“우리는 ‘스포츠’를 만들겠다. 그리고 실력으로 ‘인정’ 받겠다”

휠체어농구는 흔히 ‘장애인스포츠의 꽃’이라 불린다.

빠른 속도와 격렬한 공격 등 선수들의 경기에는 충분한 ‘인기 요소’가 담겨있다. 물론 날로 발전하는 선수들의 경기 운용 능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 한국휠체어농구연맹 변효철 총재
▲ 한국휠체어농구연맹 변효철 총재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악한 현실이 보인다.

휠체어농구 팀은 18~19개에 불과하고, 이 중 순수한 실업팀은 서울시청 단 한 곳 뿐. 실업팀에 소속되지 못한 선수들은 일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실업팀에 있다하더라도 처우가 비장애인 실업팀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그 도입을 추진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까운 일본에는 100개의 팀이 구성돼 있지만, 그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휠체어농구 팀은 아주 적은 숫자다. 그럼에도 아시아 최초로 휠체어농구 리그를 추진할 수 있었던 동력은 선수들의 빛나는 경기력 향상에 있다.

“리그를 도입하고 싶다는 꿈은 휠체어농구인들의 염원이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뒤 연맹에 몸담아 리그 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죠.

처음 리그가 추진된다고 했을 때, 걱정과 우려의 많은 목소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6위와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을 갖추기 시작한 한국의 휠체어농구 선수들이 있었기에 리그 추진은 기초공사를 잘 마무리 했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가 한창입니다.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많은 이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휠체어농구 중에서도 한국의 발전을 놀랍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필립 크레이븐 위원장도 극찬했고요. 우리 선수들의 탄탄한 실력이 리그 추진에 자양분이 됐죠.”

선수들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 그것이 변 총재와 연맹이 리그 출범에 있어서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는 힘이다.

연맹에서는 첫 리그가 시작될 올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가능성 있는 방향으로 ‘연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첫 리그 출전 팀은 5~6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그 구성이 가능한 선을 찾고 있다.

그 방안으로 권역별로 팀을 만들어 리그를 구성하는 방법이 검토 중이다. 권역별로 팀을 구성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도록 연계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

다만 실업팀이 한 곳 뿐인 상황에서,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기에 3개월 동안 매주 경기를 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대화와 준비가 필요하다.

“리그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지고 관심이 높아진다면, 향후 실업팀 창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구조가 될 겁니다. 현재는 전문적으로 선수생활만 하는 이들이 적다는 데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이끌어내고 선수들의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긍정적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휠체어농구로 향하는 관심, 그것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우리는 ‘정도(正道)’를 걸어갈 것입니다. 어떤 종목이든 처음부터 인기 스포츠의 이름을 달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첫 발을 시작으로 선수들이 탄탄하게 실력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가 선수들의 처우 개선으로 연결됐습니다. 휠체어농구도 차근차근 그 길을 밟을 것입니다.”

아직 국민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휠체어농구를 인기 종목으로 만들겠다는 꿈. 그 꿈을 향해 오는 11월의 첫 리그는 작은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휠체어농구의 재미와 선수들의 열정 속에서 그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으로 올해 변 총장이 바라는 변화는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이들은 휠체어농구를 ‘장애인 경기’라고 부르며 관심을 두지 않아요. ‘장애인 경기인데 한번 보러 가 줘야 하나’라는 차원에서 생각이 멈춘 이들도 있죠.

그러나 경기를 본다면 절대 ‘한번만’ 보고 관심을 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휠체어농구를 당당한 체육 종목의 하나로 만들기 위해 리그를 성공적으로 만들 것이고, 그 안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줄테니까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어떤 선수가 몇 억 또는 몇 십억 원을 받고 계약을 했다는 뉴스가 있죠. 왜 우리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이탈리아 휠체어농구 리그에 진출한 김동현 선수도 있고, 완벽한 3점 슛으로 세계대회에서 ‘베스트 5’로 꼽힌 오동석 선수도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침이 마르도록 자랑할 만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왜 그들이 비장애인 선수들처럼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리그를 통해 휠체어농구는 국민이 함께 즐기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그 속에서 선수들은 ‘최고’가 될 것입니다.”

변 총재가 그리는 최종 꿈은 관중들이 선수들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표를 사는 날이 오는 것.

물론 그날이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관심과 지원의 부족으로 한계에 부딛혀 왔던 현실을 깨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모두가 함께할 뿐.

당장 정부의 예산 지원이 있다 하지만 3개월의 리그를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눈 앞의 어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연맹은 ‘어렵다’이야기 하기보다는 ‘그래 어디한번 봐라. 선수들의 실력으로, 그들의 열정으로 인정받겠다’며 당당한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내야 할 후원자들을 만나면서도 그 당당한 모습을 굽히지 않겠다고 말한다.

“첫 시작에 왜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다만 우리는 걱정보다 앞을 바라볼 뿐입니다.

휠체어농구를 모두 함께 응원하고, 우리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겠죠. 그리고 지도자로 성장해 곳곳을 누비며 ‘한류’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 도전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희망과 열정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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