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행한다는 교육당국이 장애인 차별
인권교육 행한다는 교육당국이 장애인 차별
  • 박고운 아나운서
  • 승인 2015.04.24 10:4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용시험 2차 시험 정당한 편의 제공 개선 촉구 및 인권위 진정

▲ 임용시험 2차 시험 정당한 편의제공  개선촉구 및 진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 임용시험 2차 시험 정당한 편의제공 개선 촉구 및 진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장애를 극복해라, 노력해라, 해서 안 되는 것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임용고시 필기시험까지 합격했다. 그런데 면접에서 ‘0점’을 받고 불합격했다. 언어장애가 있는 나에게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구어로만 답할 것을 요구했다. 노력한 결과가 ‘장애인 차별’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한뇌협)’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뇌병변장애인의 임용시험 2차 시험에서의 정당한 편의 제공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접수,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사건의 진정인 장 모 씨는 지난 2004년 2월 중등 특수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그 해부터 지난 2013년까지 10년동안 총 10회 중등 특수교사 임용시험을 봤다.

그 중 5회 1차 시험에 합격했고, 지난해 마지막으로 응시한 2014년 광주광역시 특수교사 임용시험 장애인구분모집에서 응시한 지원자 7인 중 유일하게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수업 시연에서도 60점 만점에 50.2점을 받으며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2차 시험인 면접에서 면접관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부적격 판정(0점)을 내렸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이 있었던 1차 시험과 달리, 2차 시험에서는 장애유형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장 씨는 시험시간 연장 및 의사소통 보조기기 사용 없이 시험을 치러야 했고, 이는 결국 불합격 통보로 이어졌다.

한뇌협은 “면접관은 장애가 있는 수험생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면접시간을 적용했고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장 씨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다시 되묻지도 않았다.”며 “장 씨의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됐다고 볼 수 없는만큼 광주시교육감의 불합격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뇌협 이원교 이사장은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고 배제된 사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더욱이 인권도시라 자부하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안타까움이 더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교육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어느 시대에 존재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평생 들은 이야기는 ‘장애를 극복해라, 노력해라, 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다. 노력하고 열심히 달렸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면접시험에서 탈락하며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규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성연 활동가는 교육당국의 겉과 속이 다른 장애인 차별 행위를 꼬집었다.

그는 “요즘 인권과 인권교육에 대해 강조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당국 자체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권교육이 효과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장애가 있는 선생님을 만나보지도 못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겠느냐.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교육기관인 만큼 심각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 권고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장 씨는 자신이 겪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다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임용시험 부당탈락자 장혜정 씨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 임용시험 부당탈락자 장 씨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면접 당시 정해진 질문이 있어 창의적인 답을 할 수 있도록 스케치북을 준비해 갔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구어로만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의사소통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면접관들은 나의 대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다시 되묻지 않았다.”

장 씨가 받은 충격과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장애인 구분모집 특수교사가 채용됐어야 할 자리에, 일반전형에서 불합격한 비장애인이 장 씨의 불합격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추가로 합격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내 딸은 일어서기 위해 몇 번이고 넘어졌고, 숱하게 벽에 부딪혀 머리를 다쳤고, 고인 피를 빼내며 공부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는데 인권의 도시라 하는 광주광역시, 그리고 교육청에서 차별 행위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진정은 내 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것이다. 장애인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장 씨가 당한 면접에서의 행위는 분명한 장애인 차별이고, 이는 광주광역시 뿐만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임용시험에서 똑같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수험생이 어떠한 장애가 있던지 간에 누구나 정당한 편의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전체 시·도 교육감은 필기뿐만 아니라 모든 시험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지원해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인권위의 철저한 조사와 권고, ▲해당 교육감의 진정어린 사과와 불합격 처분 취소 ▲앞으로 각 시·도교육청이 2차 시험에서 의사소통 보조기구를 정당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뒤 장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인권위에 임용시험 2차 정당한 편의제공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한뇌협 김지희 인권지원팀장은 “한 시의 교육청을 대상으로 진정을 하는 만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시민들과 언론이 있어 외로운 싸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인권위가 조사하는 기간은 길겠지만, 우리도 기다리지만 않고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여러분도 이 투쟁에 힘을 실어 달라”고 전했다.

▲ 기자회견에 나선 임용시험 부당탈락자 장혜정 씨와 그의 아버지 장경수 씨가 보인다
▲ 기자회견에 나선 임용시험 피해자 장 씨와 그의 아버지.
▲ 임용시험 부당탈락자 장혜정 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 장 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