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내에 휠체어 승강설비 장착한 고속·시외버스 한 대도 없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추도록 관련법령 등을 개정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고속‧시외버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운송사업자가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이 탑승 가능한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향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수립 시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등 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하고, 계단이 있는 버스에 연차별, 단계별로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고속·시외버스 중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

이는 국가가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에 규정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중교통수단인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할 권리가 있고,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할 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고속·시외버스 이용 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배제당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판단아래 지난해 9월 25일 직권조사를 결정한 바 있다.

휠체어 승강설비 없는 고속·시외버스… “국가의 의무 이행하라”

조사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고속버스 1,905대(8개 업체에서 운영)와 시외버스 7,669대(79개 업체에서 운영) 가운데, 휠체어 승강설비 및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공간이 설치된 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고속·시외버스에 대한 저상버스 도입에 관해 고속 주행으로 인한 안전성 확보 문제, 고속에 적합한 교통수단 미개발, 재정여건 등으로 시·군에서 저상버스 도입계획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현재 국내 버스 제작사가 휠체어를 탑승하고 승차가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차량을 생산하지 않고 있고, 휠체어 탑승가능 차량의 개발·개조, 탑승자의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서는 기술적 문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 고속·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 운행을 위해서는 차량구입비 및 운영비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고속 운행을 위한 저상버스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도로는 협소하고 규정이외의 과속방지턱 난립으로 저상버스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인권위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는 고속·시외버스의 종류를 반드시 저상버스로 한정할 필요가 없으며, 현재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를 부분 개조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설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모두 가능하다는 것.

또한 일부 버스회사가 수동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버스 운전자가 등에 업거나 안아서 탑승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장애인복지법 등에 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의무를 국가가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이 고속·시외버스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등을 개선하라.”고 관계 기관에 권고했다.

이어 “호주·영국·미국의 경우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의무화하고, 단계적 목표를 설정해 최종적으로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100% 설치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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