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산매수 난관…예정했던 공립화 ‘또’ 늦춰져

전국 특수학교 중 유일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서울명수학교가 지난 1일 공립으로 전환해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부지 매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립화가 또한번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3월 1일 예정됐던 개교가 5월 1일로 연기된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공립화 날짜를 두 번이나 파기한 것이다.

명수학교는 지난 1968년 3월 설립된 학교로, 전국 유일의 사인(私人)이 경영하는 사립 특수학교다. 최초 설립자가 사망한 뒤 장남인 최 모 씨가 학교 경영자, 학교 설립자의 장녀가 교장, 최 모 씨의 부인이 행정실장 등의 주요 요직을 맡으며 족벌운영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영체제는 학교 폐쇄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2009년 교육당국이 학교 내 26억 원을 들여 학교 신관을 지었는데, 이 건물에 대해 경영자 최 씨 개인 명의로 등기가 이뤄지면서 그의 어머니와 형제 5인이 소송을 냈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원고인 최 씨의 어머니와 형제의 손을 들어줬다. 매달 1,989만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할 상황에 놓인 학교 이사장 최 씨는 이러한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시 교육청에 ‘학교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관할 서울시교육청은 TF팀을 꾸려 학교 공립화 작업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공시지가로 책정한 비용인 114억 원을 교육부 학교신설교부금을 통해 확보하고, 학교를 인수한 후 다원학교로 이름을 바꿔 지난 3월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다시한번 개교 날짜를 5월 1일로 번복했다.

토지 소유권자 VS 시 교육청, 각자 주장만…재산 매수 지지부진

명수학교는 현재 공립화에 가장 큰 골칫거리인 재산 매수 문제가 지지부진 흘러가면서 예정했던 공립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교 앞 190제곱미터 가량 되는 땅을 놓고 학교 이사장과 형제 등 7인의 토지 소유권자는 ‘시교육청이 학교 밖에 있는 땅까지 매입하지 않으면 학교를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교육청은 ‘학교 바깥에 있는 땅은 매입 대상이 아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학교 이사장 최 씨는 시교육청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씨는 “사막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시교육청인데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할 관할교육청이 물도 채워놓지 않고 뒤로 빠져있다. 특수교육은 국가의 의무교육 대상인데, 본인들이 오히려 갑(甲)질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약속했던 공립화 전환이 연이어 두 차례나 지연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공립화 시기는 못박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신재웅 사무관은 “재산 매수 과정에서 아무래도 한쪽이 사람이 많다 보니 협상 과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땅이라는 것이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공립화 시기는 정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빨리 공립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교 공립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의 실질적인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 자리는 공석으로 직무대리 중이며, 행정직원의 고용 승계마저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현재 사립학교가 공립으로 전환 시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특별채용이 가능한 데 반해, 사무직원은 지방 공무원으로 특별채용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한편 학부모들은 현재 비어있는 교장, 교감 자리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수학교 최은희 운영위원장은 “지금 학교는 사실상 관리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장, 교감이 미리 와줘야 공립화가 전환돼도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의 틀 밖에서 비민주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사학의 뿌리깊은 병폐가 특수학교에서 더 심화될 소지가 있는 만큼, 명수학교의 공립화를 한시라도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학교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투명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울 수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명수학교 같은 경우에는 의사결정 체계가 전무하고 규정도 없어 상당히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학교와 교육당국은 명수학교를 빨리 공립화 시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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