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학회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 열어

▲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창립총회 및 제1회 학술대회에서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손홍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창립총회 및 제1회 학술대회에서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손홍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의학과 재활학 및 사회복지학 등의 몇몇 학문에서만 제한적으로 다뤄지는 데 급급했던 ‘장애학’에 있어 학문적 기틀을 바로 세우는 한편, 여러 학문과의 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장애학연구회는 한국장애학회를 설립하고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창립총회 및 제1회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장애학연구회는 장애학을 연구하고 한국에 소개하고자 외국에서 장애학을 공부했거나 한국에서 장애학을 주제로 글을 써온 사람들에 의해 지난 2009년 10월에 창설된 모임이다. 그동안 연구회는 한·일 학술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한·일 장애학 심포지엄에 초청되는 등 장애학과 관련해 끊임없이 국제교류를 이어왔다.

제1대 한국장애학회 회장을 맡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여태껏 장애 관련 학문에서 장애인은 감정과 의지를 가진 개인이라기보다 분류되고 관찰돼야 할 대상일 때가 더 많았다.”며 “장애인의 눈으로, 다양함의 일종으로 장애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표본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장애학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조 교수는 장애학을 ‘장애’와 ‘학(문)’이 별개가 아니고 ‘장애학’ 그 자체가 하나의 학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장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장애를 규정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 등을 탐구하며 장애인에 의한 적극적 참여를 중시하는 다학제적 학문’이라는 것.

“장애학, 다른 학문과의 통합과 융화에 주력해야”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앞으로 장애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특수교육학, 문학, 문화·예술 등의 학문에서 어떻게 장애학의 관점이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떻게 장애학과 통합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원일 교수는 일방향적인 배려가 아닌 ‘공생 배려학’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경험을 다양한 계층과 연령 속에서 확대해 나가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장애인 문제, 나아가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때의 유용한 도구로 영상매체를 활용한 인문학적 장애학이 기여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그러기 위해선 영상매체를 수단으로 하는 인문학적 내지 사회과학과의 융합적 장애학자들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학’과 ‘특수교육학’의 유의미한 만남을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경인대학교 특수(통합)교육학과 우충완 외래교수는 “장애학과 특수교육학은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평등사회 구현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 ▲장애인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회구조적 모순에 공통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점 ▲서로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별적이면서도 중첩되는 두 학문간의 제도적·학술적 협력과 연대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수교육 분야에서 ‘장애학’이 여태껏 제대로 다뤄진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강종구 교수는 “국내에서 발표된 장애학을 다루고 있는 7편의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특수교육 분야에 2편 이상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는 없을 정도로 특수교육에 있어 장애학을 통한 접근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에서도 특수교육의 장애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장애학을 특수교육에 적용시키고 이를 통해 국내 특수교육 상황에 맞는 장애학적 논의를 거쳐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학과 영상매체 등 예술 부문에서도 ‘장애학’과의 협업 필요성이 논의돼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손홍일 교수는 “국내에서 장애와 문학의 접점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돼 왔지만, 국내 연구가 폭과 깊이에 있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연구는 대체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의 유형을 살펴보거나, 작품 속의 다른 인물들이 장애 인물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확인하거나 또는 장애(인)의 상징적, 은유적 역할을 읽어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

손 교수는 “우선 필요한 것은 관심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비장애인에 의해 생산된 아동 문학과 소설에 집중된 관심을 다른 장르의 문학 작품(예를 들어 시, 희곡, 탐정 소설 등)에도 돌리고 장애인이 생산한 자서전, 장애인이 생산한 문학 작품에도 더 큰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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