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로 나라가 들썩인다.
2012년부터 중동지역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지금까지 4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단다. 치사율은 30~40%, 중국발 사스보다 9.6% 높은 수준이라고. 국내에서는 지난 5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했던 이가 잠복기를 거쳐 확진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확진자 50명, 격리대상 1820명, 4명이 사망하는 등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복지기관 및 생활시설은 초비상이다.
다음 주로 예정됐던 전국사회복지사 체육대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 및 여행 등 공식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나 연기됐다.
메르스 감염에 취약한 노인생활시설은 가족들에게 면회자제 요청 문자를 발송하는 등 외부 전염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 역시 면회 및 봉사활동 무기한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복지관 등 이용시설 역시 소독제 비치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가 하면 발병 지역에 따라 임시휴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자체 내규에 의지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정부는 생활인 및 종사자, 출입자 발열체크, 환자 발생 시 대처방안 등을 명시한 ‘사회복지시설 대응지침’을 배포하고 확산을 방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평택시조차 초기에는 불안감 확산, 지역경제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이유로 선제적 조치를 늦추다 ‘감염 진앙지’로 알려지며 시민들의 피난행렬이 줄을 잇자 뒤늦게 대책단을 꾸렸으나 이미 ‘유령도시’가 됐으며, 얼마나 피해가 늘어날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골든타임’을 한참 놓친 후에야 컨트롤타워가 된 보건복지부 역시 ‘메르스 민관 종합대응 TF’’를 구성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회복지시설 지침이 내려왔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뒷북조차 못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만들었던 각종 매뉴얼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실상 알아서 판단하고 처리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일선 사회복지 현장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물론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과 같이 ‘감염관리 지침’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초기>확산>최고 단계에 따른 대처방안을 수립해 운영하는 곳도 있으며, 나름 지자체와 긴밀한 공조체계를 이어가며 대응하고 있다고는 하나 임시방편일 뿐, 메르스 감염에 취약한 이들이 다수 생활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짊어진 채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우리가 문을 닫는 동안 저분들의 끼니는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한 기관장의 푸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때 만들었던 매뉴얼은 어디로 갔을까

도망가는 선조와 정규군이 못미더워 의병들이 일어나던 역사적 상황과 닮은꼴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무기력한 정부의 대처는 ‘제2의 세월호’를 보는 듯하다.
초동대처에 실패해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한 점부터 컨트롤타워 부재로 우왕좌왕하는 모습, 문제가 확산되자 국민들의 입을 막으려 하는 모습 등 세월호 참사 당시와 너무도 흡사하다. 아니 바뀐 게 없는 듯하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유언비어 수준의 괴담이 유포돼 시민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엄정 대처하겠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지만, 이 괴담의 진앙지는 어디인지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지만,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끼니를 걱정해야 할 독거 어르신, 결식아동들, 환자 옆에서 병상을 지켰을 간병노동자들의 난처함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지금 이 시간에도 변변한 매뉴얼조차 없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을 응원하며, 확진환자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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