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성명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원고가 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운송사업자를 상대로 광역 및 시외구간에 저상버스나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춘 일반버스(이하 저상버스 등)를 도입하라는 소송의 1심 판결이 2015년 7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전국의 시내저상버스는 5,338대(16.4%)이다. 그러나 2014년 10월 기준 전국의 고속버스(1,905대)와 시외버스(7,669대) 중 저상버스 등은 한 대도 없다. 즉, 버스를 이용한 광역 및 시외간 이동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현실에 장애인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교통약자의 시외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함에 뜻을 모았다. 2014년 3월 교통약자에 해당하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휠체어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계단 오르내리기 어려운 장애인, 무릎수술 받은 고령자, 영유아를 동반하는 자들이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을 보장해야하는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시장, 경기도와 지사, 고속버스 운수업자, 시외버스 운수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이후 장애인 단체에서는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고자 ‘희망의 고속버스 타기’운동을 통해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없는 작금의 모습을 널리 알렸다. 또한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은 ‘유모차는 가고싶다’는 캠페인을 통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소송의 원고들은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저상버스 등의 도입사항을 포함 하라 ▲서울시와 시장, 경기도와 지사는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저상버스 등 도입계획을 반영하라 ▲고속 · 시외버스 사업자는 승하차 편의제공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라 는 내용과 ▲국가 및 지자체와 고속 · 시외버스 사업자는 교통약자에게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상의 법률위반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국토교통부 등 피고들은 ▲ 광역 간 · 시외 이동을 위한 저상버스의 표준화된 안전기준과 규격 등이 없다 ▲ 저상버스 등의 도입은 국가 및 지자체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답변을 내놨다.

차선책으로 법원은 피고들에게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및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저상버스 등의 도입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고속 · 시외버스 사업자는 장기적으로 저상버스 등의 비율을 늘려가도록 노력하고, 교통약자의 승하차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피고들이 응하지 않아 화해권고결정도 무산되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저상버스 등이 시외구간에서 활발하게 운행 중이고, 국내에서도 경기도는 작년에 광역구간의 2층 저상버스를 성공적으로 시범 운행했으며, 올해내로 9대의 광역 2층 저상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는 호주에서는 2013년 우리와 유사한 시외이동권 보장 재판이 열렸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시드니와 캔버라 구간 이동 시 휠체어 탑승가능 장거리 버스가 없다며 호주 연방법원에 해당 회사를 장애인차별금지법(Cth) 위반으로 소를 제기했고, 호주 연방법원은 휠체어 탑승가능 장거리 버스가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2014년 5월까지 시드니-캔버라 구간에 55%의 휠체어 탑승버스를 도입하고 지키지 못할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했다.

2014년 10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대한민국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들이 모든 종류의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중교통정책에 대해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도 2015년 4월 고속·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장애인차별 관련 정책권고에서 국가가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으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수립 시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하도록 했다.

법원은 이제 이동권이 장애인의 인권이며,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하는 의무가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시정명령권을 법원이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해 국회와 국민이 부여한 시정명령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이에 우리는 7월10일에 선고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최종판결을 지켜볼 것이며, 부디 이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는 획기적인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5. 6. 23.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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