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논평

-부산시청 앞 유도블럭 위에 버젓이 라바콘 설치-

현재 부산시청 앞 도로는 부산지역 장애인 및 시민단체들이 지난 10일부터 부산시청 앞 도로변에서 “두리발 공공성 확보를 위한 운영주체 전환”을 목적으로 20일째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각각 뇌병변, 지체, 시각 중증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유형들이 중심으로 구성되어 개인의 목적이 아닌 공익을 목적으로 부산시에 요구하며 24시간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리를 오고가는 시민들은 더운날에 고생많다며 시원한 음료와 함께 격려를 복돋아주는 분들도 있는 반면 간혹 “도로가 너희 때문에 지저분 하다”며 욕설을 퍼붓는 시민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의견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별 개의치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장 주위에는 이들의 돌발행동을 대비하여 또다른 목적으로 주․야24시간을 지키는 전․의경들이 삼삼오오 경계를 서고 있으며 이 풍경은 마치 영화 “공동경비구역JSA"를 연상케 한다. 벌써 20일째 똑같은 일상들이 반복되고 있는 터라 이제는 서로에게 ”밥은 먹었냐?“, ”건강 챙겨라“ 등 단답형 얘기 정도는 주고받을 만큼 어느새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들 역시 국가의 부름을 받고 2년동안 각자의 소속중대에서 복무를 해야하는 의무전․의경이다. 가령 가족 혹은 친구 중에 중증장애인이 있어 이 농성에 지지를 하고 싶어도 그저 마음속으로만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농성 16일 차에 접어드는 오전. 시각장애인 김모씨는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활동보조인 없이 흰지팡이에 의지한 채 지하철을 타고 농성장을 가기위해 시청역을 찾았다. 하지만 시청역을 나와 유도블럭 위에 흰지팡이를 짚는 순간 그는 당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시청앞에 깔아놓은 약200m의 유도블럭 위에 라바콘이 일렬도 세워져있어 한발자국도 이동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 장시간 멈춰 있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지나가는 시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농성장에 도착하니 경찰들과 농성장 관계자들이 라바콘 설치문제로 한바탕 실랑이 중이었으며, 그 말도 안되는 싸움은 시각장애인 김모씨가 도착하여 강력하게 항의를 한 끝에 마무리 되었고 수십개가 달하는 라바콘이 제거되었다. 경찰측은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이 농성집회로 인하여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건 접수가 되어 라바콘을 설치하게 되었다”며 라바콘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된 보도상의 점자블럭 위에는 각종 공공시설물들이 설치되어져 보행약자인 장애인들에게 더욱더 사회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법률로 제정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전국 곳곳에 유도블럭을 설치했건만, 정작 유도블럭의 용도는 경찰 및 행정공무원 등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새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 관계자는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인권교육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관련 업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공무원 및 도로 위에서 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을 즉각 인지하고 대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이 의무화 되어야 한다”며 국가공무원의 정기적인 인권교육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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