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성명서

하반신 마비의 척수장애인인 고 김병찬씨(전 역도선수)의 고독사는 이 사회 중도장애인의 재활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베이징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세계역도선수권대회,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한국역도의 희망이었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된 그를 이 사회는 책임있게 보듬어 주지 못했다.

재활병원에서의 중도척수장애인에 대한 심리치료와 직업재활, 사회복귀훈련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을 것이며, 동료상담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체계화된 관리 없이 그저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과 가족의 업보로 여기며 아무런 의미없는 병원생활과 지역사회로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만일 체계적인 훈련과 지원이 제공되었다면, 과거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사고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제도권의 도움 없이도 경제적 자립이 가능했을 것이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을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낙오자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과 왜곡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것에 인색하다.

향후 척수협회는 이런 잘못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소외되고 칩거하는 척수장애인이 밝은 사회로 나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척수장애인 한 사람의 변화가 그 가족, 친지 그리고 직장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가 된다. 이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관심이 없어 발생되는 고독사는 사회적인 타살의 소산이고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는 방관자인 것이다.

다시는 이런 복지 후진국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 정부와 이 사회의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척수장애인의 정확한 통계와 유형분리를 요구한다.

도대체 전국에 척수장애인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어이없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매회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마다 들쭉날쭉 하는 숫자는 척수장애인을 보는 정부 정책의 왜곡된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다.

척수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하여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고 척수장애에 맞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척수장애의 유형분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둘째, 병원입원초기부터 체계적인 재활훈련을 촉구한다.

장기간 병원을 수차례 전전하고도 아무 준비없이 사회로 나오는 비효율적인 병원생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손상초기부터 팀 접근 시스템을 구축, 의료적 치료와 사회복귀를 촉진할 수 있는 동료상담, 심리치료, 가족교육, 직업재활, 사회복귀프로그램의 원스톱 훈련을 통하여 사회복귀의 실효성을 기하여야 한다.

셋째, 척수장애인에 맞는 직업재활을 요구한다.

척수장애인은 중도장애인이다. 사회생활의 경험이 많은 경단장(경력 단절 장애인)이다. 이런 풍부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업재활과 사고 전의 직장으로 복귀하여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중도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업재활을 요구한다.

넷째, 지역사회의 안착을 위하여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사회복귀의 완성은 지역사회 복귀를 의미한다. 초기병원생활부터 지역사회 안착까지 적극적인지원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에 인력과 예산을 적극 지원하여 촘촘한 전국적 지원망이 형성되어 한 사람이라도 우리 사회의 낙오자로 만들지 말아야할 것이다.


2015년 7월 3일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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