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부부 “한국에서도 동성결혼 제도화돼야”

▲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국에서도 6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동성혼 소송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소송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이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국에서도 6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동성혼 소송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소송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서도 동성결혼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림 기자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한국에서도 6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재판장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 법원장)에서 첫 동성혼 소송의 심문기일이 열렸다.

소송당사자인 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 부부는 지난 2013년 9월 7일 청계천에서 양가 가족들과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야외 결혼식을 열었고, 같은 해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12월 13일 서대문구청장은 ‘민법상 당사자 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불수리했다. 이에 지난해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김조 감독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한국 최초로 동성혼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은 가족관계등록비송사건으로서 절차상 비공개로 심리가 진행됐다.

소송당사자인 김조 감독 부부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심문기일에서 서대문구청장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은 민법 조항을 오해해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므로, 법원이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해 이날 변호인단은 변론과 김조 감독 부부에 대한 당사자신문 등을 통해 혼인신고 수리의 필요성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소송 심문기일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소송 심문기일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이날 심문기일에는 약 50인의 소송대리인단 중 조숙현(민변 여성인권위 위원장, 법무법인 한결), 장영석(민변 국제연대위 위원장, 법무법인 해마루), 장서연(민변 소수자인권위 위원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류민희(동성혼 소송 주심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등 약 15인의 변호사가 대거 법정에 출석해 직접 변론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국내 첫 동성혼 재판을 마친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김조 감독은 “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sites, SNS)를 통해 법정에서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결국 울고 말았다.”며 “나는 군대도 다녀오고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왜 법정에서 이렇게 눈물을 흘려야 하나.”며 흐느꼈다.

김조 감독은 “지난해 미국에 사는 동성연인이 결혼을 하고 그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영화 ‘리미티드 파트너쉽’을 본적이 있다. 그 부부는 38년이라는 세월을 법정에서 싸우고 나서야 결국 합법적 부부로 인정받았다.”고 운을 뗐다.

▲ 6일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기일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감독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유림 기자
▲ 6일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기일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감독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유림 기자
그러면서 “나는 올해로 만 50세인데, 혹시 나에게도 37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두려웠다.”며 “이렇게 37년이 걸린다면 87살이 되는데, 법정에서도 판사님께 ‘제발 죽기 전에 우리 관계를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도 재판이 열린다는 기사에 무수히 많은 혐오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것뿐인데 왜 우리가 혐오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간곡하게 말씀드리지만, 근거 없는 차별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눈물지었다.

김 대표는 “실제 재판 과정을 겪으면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정신적 고통을 한 번 더 느낀 것 같다.”며 “결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성애적 관계만이 아닌 헌신적인 관계로 이뤄지는 만큼, 시간이 비록 걸릴지라도 우리나라가 동성혼이 합법화되는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조 감독 측은 전문가와 참고인의 추가 의견서와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동성 결혼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의 번역본을 제출할 수 있도록 법원에 4주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신청사건의 결론은 최소 4주 뒤에 내려진다. 재판부가 만약 서대문구의 불수리 결정이 옳았다고 판단하면 김조 감독 부부 측은 항고·재항고 등 소송 불복 절차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법원 앞에는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 4개 단체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들은 “과연 한국도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먼저 합법화된 나라들인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의 일부 주처럼 포르노, 마약, 수간, 근친상간, 일부다처도 합법화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타락한 문화적 사대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곽이경 씨는 “일부 동성혼 반대론자들은 동성혼 제도화로 가족과 사회가 무너진다고 주장하나,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들에서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법원은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과 배제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함으로써 평등하고 다양한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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