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장차연 등 단체 “장애를 치료 또는 제거 가능하다는 것부터 차별, 가족들 심리 악용해”… 고소장 접수 및 의약품 성분 분석 의뢰

▲ 청자플레이의 청지각기계.
▲ 청자플레이의 청지각기계.
포항의 한 어린이집이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치료해준다며 부모들을 상대로 의약품과 의약기기 등을 판매하고, 어린이집을 방만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경북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지난 5월 9일 이와 같은 사례를 접수 받았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ㄱ 씨는 서울의 한 특수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냈으나, 지난해 11월 포항의 A어린이집이 발달장애와 투렛증후군 등을 완치할 수 있는 ‘청자플레이’를 실시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자녀를 A어린이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에 맞는 치료제와 촉각, 통감각, 자연 등의 소리치료인 청자플레이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정상으로 만든다’는 게 A어린이집의 설명이었다.

평소에 자신의 딸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접했던 ㄱ 씨는 ‘완치 된다’는 말을 믿고 A어린이집 주변에 집까지 마련했다.

ㄱ 씨에 따르면 A어린이집 원장은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1년이면 치료가 가능하다’며, 청자플레이와 함께 칼슘제, ‘직접’ 제조한 5가지 종류의 약품 구입을 요구했다. 약품 값만 한 달에 약 25만 원이 들었다.

자녀를 위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돈을 지불했던 ㄱ 씨는 몇 달이 지나 무언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 포항 A어린이집에서 직접 제조해서 판매했다는 약품.
▲ 포항 A어린이집에서 직접 제조해서 판매했다는 약품.
ㄱ 씨는 “A어린이집이 주장했던 치료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A어린이집은 치료에만 의존하며 정작 어린이집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ㄱ 씨에 따르면 A어린이집에는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있지 않았다. 심지어 A어린이집 교사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퇴근했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어린이의 부모가 직접 자신의 자녀들을 돌보도록 했다.

ㄱ 씨는 “이 상황이 너무 이해되지 않아 어린이집 교사 한 명을 붙잡아 이유를 물으니 ‘자기도 돈을 제대로 받고 일하고 싶지만, 원장이 자신을 고용했을 때 엄마들이 알아서 하니 일찍 퇴근해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ㄱ 씨는 A어린이집이 어린이들에게 간식조차 제공하지 않았고, 통학버스 역시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ㄱ씨 등 일부 부모들은 A어린이집 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장에게 돌아온 답변은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는 말뿐이었다.

ㄱ 씨는 “처음에 A어린이집을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집의 역할을 하면서 치료까지 함께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이곳을 다니기 위해 주변에 방을 얻고 살림을 차린 부모들이 많은데, 나가라는 말에 섣불리 반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설마 어린이집에서 이런 행태를 보일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더욱 실망한 것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및 지자체의 태도다. 복지부나 지자체는 이번일에 대해 어린이집은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A어린이집의 입장은 다르다.

A어린이집은 ㄱ 씨가 진술한 내용은 대부분 거짓이며, 현재 치료법으로 큰 효과를 본 어린이가 실제로 있다고 주장했다.

A어린이집 원장은 “단 한 번도 ㄱ 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약품을 강매하고, 구매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협박성 발언도 한적이 없다.”며 “의약품을 직접 제조한 적도 없다. 내가 판매한 것은 일종의 치료제인데, 수많은 연구 끝에 알맞은 치료제를 모아서 판매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치료제와 청자플레이 등으로 효과를 보고 몸상태가 ‘정상’이 된 발달장애인도 존재한다.”며 “한 아이의 경우에는 몸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와 일반유치원으로 입학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의 방만 운영에 대해서도 억울한 입장을 내비쳤다. 원장은 “현재 어린이집은 오전, 오후, 저녁으로 교사들이 나눠져 있다. 치료를 위해서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기 때문에 절대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어머니 혼자서 아이들을 돌봤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원장은 “무슨 이유에서 일이 이렇게 커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ㄱ 씨의 행동은 지금도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주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상담내용을 접수받았던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종한 집행위원은 “발달장애인을 정상으로 만들어준다며 어린이집을 홍보한 것부터가 이미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집행위원은 “장애어린이에게 필요한 교육적 지원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치료하거나 제거 가능한 것처럼 부모들에게 홍보해 약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애어린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처지를 악용한 사례라 생각된다. 해당 어린이집을 철저히 수사해 또 다른 피해사례가 없는지 밝히고, 피해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 따르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수사당국의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경북지역 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피해가족과 함께 포항북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또한 고소장 제출 시 해당 어린이집에서 제조·판매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약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성분 분석에 대한 부분까지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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