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명서

장애계와의 논의 없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시도 중단하라!

지난 7월 7일 새누리당 김재원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소위 ‘웰다잉법’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2009년 ‘세브란스 김할머니 사건’ 판결 이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013년 상반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내놓은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7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적 처치가 무의미한 임종과정의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의 지속적 제공은 고통만을 연장”하며,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생명윤리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 한 채 지난 5월 22일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보도자료에서 김재원 의원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였다고 하지만, 법안이 마련되고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장애계와는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생명유지를 결정하는 매우 민감한 법안의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련 당사자 중 하나인 장애인들을 배제해놓고 의견 수렴을 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법안이 졸속적으로 추진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연명의료 결정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과잉 연명 치료로 방치되는 것이 아닌 웰다잉(Well-dying)”으로 전환시킬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은 한국의 척박한 환경은 무시한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웰다잉은 웰빙(Well-being)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장애인과 빈민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은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받지 못 한 채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임종과정 환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경제적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강요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다.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은 장애인에게 ‘웰다잉(Well-dying)의 선택’이 아니라 ‘일다잉(Ill-dying)의 강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에 전장연은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졸속적인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 문제뿐만이 아니라 생명윤리 정책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장애계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15년 7월 1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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