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선 씨, 용산구 ‘공간해방’에서 형제복지원 주제로 그림 전시회 열어
지난 2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공간해방’이 한종선 씨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졌다.
“제가 약 2~3년간 형제복지원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도 쓰고, 1인 시위도 하고 많은 활동들을 했거든요. 그 활동들을 하면서 말로 할수 없었던 것에 대한 것들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죠.”
심하게 반항을 하던 형제복지원 수용자를 하루종일 매달아 놓는 모습, 처음 형제복지원에 들어가 숫자판을 들고 사진을 찍고, 다음날 강제로 머리를 밀리는 모습, 피해자들에게 물구나무를 세우게 한 뒤 야구방망이 등으로 가격하는 이른바 ‘히로시마’ 체벌까지, 당시 한 씨가 겪었던 모습들이다.
한 씨는 이날 전시회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형제복지원 안에 피해자들이 어떠한 일들을 겪었는지, 그리고 왜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형제복지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헤아려주기를 당부했다.
“저는 그림에 제목을 짓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그림을 본 관객들이 편협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제 그림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죠.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봐주시고, 그때 당시 형제복지원이 얼마나 참혹했고, 피해자들이 어떠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국가의 주도 하에 형제복지원으로 강제 수용됐다. 국가의 묵인 하에 형제복지원 내에서는 불법 감금과 강요, 협박, 폭행 등의 범죄가 이뤄졌다.
형제복지원 자체 기록만으로도 513인이 사망했으며, 발견되지 않은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3월 25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특별법이 여야 의원 54인의 이름으로 25일 국회에 발의되면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염원이 풀리는 듯 했지만, 해당 법은 7월까지 계류 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