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명서

- 5년도 아닌 5개월 만에 교육과정 개정, 우리 학생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 특수교사 94.7% 개정 중단 요구, 99.5% 9월 고시 연기 요구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개정한 교육과정이 학교에 채 적용되기도 전에 2015 교육과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초등 1~2학년 ‘안전교과’ 신설 및 수업시수의 증가,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도입, 3·1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적 정통성 관련 내용의 축소, 역사 교과서 근·현대사 축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이다. 정작 애초 개정 명분으로 내건 ‘고교 문·이과 통합’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일반교육 교육과정 개정에 발맞추어 교육부(국립특수교육원)는 졸속으로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을 시도하는 중이며 9월에 고시하려 한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맞는 최적의 교육과정으로 구성하기 위해 학계와 교육계, 관련 당사자 및 학부모와의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 전면 개정에 관해 2015년 4월 연구 용역을 주어 7월말에 각론과 시안 개발, 8월에 현장 적합성 검토를 통해 9월에 고시하겠다고 한다. 특수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결정짓는 교육과정을 불과 5개월 만에 개정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총론도 각론에 연동해 진행하겠다고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총론도 없이 각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00년 7차교육과정 시행 이후 전면·부분 개정 포함하여 모두 14차례에 이르는 빈번한 개정으로 인해 교육과정은 누더기가 되어가고 학교현장은 교육과정의 실험실이 되어버렸다. 졸속 개정은 특수교육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 5개월 만에 끝내는 졸속 개정이다. 일반교육과정은 그래도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에 걸쳐 개정 준비를 한데 비해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겨우 5개월 안에 끝내겠다고 한다. 이는 특수교육 교육과정을 특별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일반교육과정의 부속품 정도로 가볍게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론 연구진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졸속 개정 작업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을 교육부(국립특수교육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장적합성 검토가 한 달 만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7월에 개발된 각론과 총론을 전국에 있는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배포하여 현장 적합성 검토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특수교육이 가지는 특성인 장애의 다양성, 급별 차이성, 개별적인 요구 및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현장적합성을 검토한다는 8월에 각급학교는 방학 중이니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총론과 각론이 동시에 연구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개발 과정은 전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적과 인간상,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우선 명확히 정리하고 나서 그것을 근거로 각론을 개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총론과 각론을 동시에 손대고 있다. 기본적인 설계도도 없이 땅을 파고, 땅 파기도 전에 1층에 벽돌을 쌓는 격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외면 받는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넷째, 기존의 2~3년 과정을 거쳐 개발된 교육과정도 현장에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특수교육 현장은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차별화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5개월 만에 무리하게 만들어지는 이번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그 결과가 어떠할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례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는 특수학교, 특수학급에서도 40% 가량이 사용되지 않고 학생의 사물함에 보관되어 있다. 이들 교재가 참고자료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특수교육 종사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다섯째, 중복·중증 장애학생의 문제, 그리고 지역별, 급별로 장애학생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시급한 것은 교육과정 개정이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있고 지역별, 급별로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 장애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와 방안에 대한 연구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여전히 상급 학교 진학과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 학교로의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애 특성에 맞는 적절한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현실적인 문제이다. 우리 교육과정의 총론은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교육을 서술해 두었지만, 특수교육 현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전교조는 380명의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2015년 7월 20~21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이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의 즉각 중단에 대해 94.7%의 교사가 찬성하고 있으며, 총론과 각론의 9월 고시를 연기해야 한다는데 대해 설문에 참여한 거의 모든 교사(99.5%)가 찬성하고 있다. 교육부(국립특수교육원)는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고시를 연기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알고 있는 현장교사가 31.2% 밖에 되지 않고, 96.1%의 교사들이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에 동의하고 있어, 현장과 소통 없이 강행되는 ‘불통 교육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부(국립특수교육원)의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 일정에 대해 95.0%의 교사들이 ‘졸속으로 진행하여 교육과정 개정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촉박하게 진행되는 ‘졸속’ 개정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장 적합성 검토가 8월 한 달 정도 교과별 5명의 교사 참여로 진행되는데 대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압도적이다.

95,5%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2학기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어 교육과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은 전면 중단해야 마땅하며, 9월 고시 또한 연기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정부라면 일방적으로 정한 촉박한 일정에 따라 단지 몇 사람의 참여만으로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할 것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현장과 학부모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수정해야 마땅하다. 교육부는 9월로 예정된 특수교육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의 법적 고시 일정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촉구한다.

1. 졸속적인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을 전면 중단하라!
1.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으로 졸속 교육과정을 구제하기 위해 특수교육 교육과정의 고시 일정을 최대한 연기하라!
1. 방학 중 1개월에 불과한 현장적합성 검토 기간을 최대한 늘려 내실 있는 현장 검토를 보장하라!
1. 국가수준의 특수교육 교육과정을 대강화하고 일반교육 체제에서 독립시켜 장애의 다양성, 급별 차이, 개별적 요구 및 내용을 반영한 대안교육과정으로 만들어라!
1. 현장교사, 학부모 등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

2015년 7월 2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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