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투쟁선포 기자회견

▲ 17일 광화문 세종홀 앞에서 장애계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 17일 광화문 세종홀 앞에서 장애계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는 11개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앞을 지나가는 누구도 그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 않고 묻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시민들이 있다면 광화문을 지날 때 한 번쯤 관심 갖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서 3년 동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지 말입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3주년을 맞아 장애계 단체들이 3주년 투쟁선포와 함께 국무총리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17일 광화문 세종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결성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현재 231개 단체가 참여해 장애인에게 낙인을 부여하고 복지 이용을 제한하는 장애등급제와,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를 만드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역사 지하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빠르면 2016년부터 현행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년 여 만인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계획에 따르면 장애등급제 전면 폐지 여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과 동의 후 정책화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현재 1~6등급을 중(1~3), 경(4~6)으로 단순화시키겠다는 계획 및 전달체계의 개편을 발표, 계획(안)에 따라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오는 2017년 하반기에 그 결과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 오는 2017년 6월부터 장애등급 기준이 아닌 새로운 판정도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는 중·경 단순화는 의학적 장애기준으로 나뉜 장애등급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새로운 판정도구를 마련한다 해도 장애인들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발표된 기초생활보장법 또한 소득기준 일부 완화를 통해 일부의 복지대상만 혜택을 받을 뿐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자와 필수재산의 소득환산 등의 문제는 아직 남아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간과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자체 복지 예산 삭감은 현 정부의 복지 마인드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 ⓒ이솔잎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 ⓒ이솔잎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예산을 축소시키려는 정부를 규탄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지난 1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유사하거나 중복성이 있는 지자체 복지사업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해 장수 수당과 저소득층 교육지원 사업 등을 구체적인 통폐합 대상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1월 26일~3월 13일까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에 대한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한바 있다.

감사원은 결과 발표를 통해 복지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라는 이유로,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과 기초연금 유사수당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3월 기준으로 광주시를 포함한 지자체 21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사업에 대해 ‘복지부 제공 시간인 하루 13시간 외의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하는 서비스 지원은 부적절한 사례’라고 지적한 것.

조 정책실장은 “정부의 복지정책이 잘못된 것을 왜 지자체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조정하려 하는 것이냐.”며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지원 등급 중 가장 높은 1등급의 경우 월 약 118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각 지자체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불충분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를 중·경 단순화 시킨 정부의 행동에 대해 비판했다.

조 정책실장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 현재 보장받고 있는 혜택들이 축소 될 위험이 있다며 마치 우리가 기존 수급자들이 받고 있는 혜택을 축소하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축소가 아니라 보장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장애인 자립생활 근거 등을 통해 개인 욕구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해명하고 있는 말은 우리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정책실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약속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계는 시혜와 동정에 기초한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 당시 대선 후보들은 정책협약을 통해 법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조 정책실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고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내년 총선을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양의무제 완화 아닌 폐지가 정답

▲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 ⓒ이솔잎 기자
▲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 ⓒ이솔잎 기자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부양의무제는 완화가 아닌 폐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활동가에 따르면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410만 명으로 이중 74.2%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초과해 어떠한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 보건복지부는 소득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자와 필수재산의 소득환산 등의 문제는 남아있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는 것.

정 활동가는 “생활고로 자살하거나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일제조사를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들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각지대 사람들을 지원해 줄 수 있냐.”며 반문했다.

이어 “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돼도 선정기준과 지원수준은 여전히 낮다. 또한 당연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부는 보호와 관찰의 대상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며 “최소한의 먹고 살만한 수준이 아니라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지원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3년간 우리는 잘 싸워왔다. 앞으로도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투쟁을 이어가자.”고 외쳤다.

한편 이들은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하기위해 광화문에서 국무총리 공관까지 행진을 이어갔지만 경찰들의 제지로 인해 공관 행진은 무산됐다.

▲ 장애계가 국무총리공관으로 가기 위해 행진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이 막고 있다. ⓒ이솔잎 기자
▲ 장애계가 국무총리공관으로 가기 위해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이 막고 있다. ⓒ이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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