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논평

오늘은 열여섯 번째 '사회복지의 날'이다. 1999년 9월 7일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현실은 마냥 이 날을 축하할 수 없게 만든다. 여전히 ‘잔여적 복지’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의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여전하다. 부양의무제가 존속하고 있어서, 오랫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온 가족이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급여 수준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에 못 미친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같은 요구사항도 대통령 공약이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70%에 가까운 노인들에게 최대 20만 2,600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49.1%에 달하는 노인빈곤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사실상 지급받지 못하는 기초연금인데다, 급여액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바람에 제도의 실효성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잔여적 복지’ 시스템은 끊임없는 심사와 증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비롯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업무를 과중하게 한다. 복잡한 제도와 지침은 전달체계를 미로처럼 만들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복지시스템은 근본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빈곤을 증명하고 높은 장애등급을 받아야만 시혜를 베풀겠다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녹색당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소득보장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다.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공유자원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시민배당의 성격을 갖는 제도이다. 이런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를 바탕으로 복지시스템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과감한 증세도 필요하다. 상속·증여세 강화, 불로소득에 대한 소득세 강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율 인상, 토지보유세 강화, 탈세근절 등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조세개혁을 단행한다면, 재원 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성남시에서는 청년배당을 검토하고 있고, 농민기본소득, 장애인연금 확대 등에 대한 요구들도 쏟아지고 있다.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도 액수를 올리고 지급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움직임들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와 함께 공동체성을 살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복지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복지조차도 이윤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

2015년 9월 7일 사회복지의날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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