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사업 재정비 방안으로 인해 사회복지 사각지대가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는 ‘복지재정 효율화’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의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 중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1조 원 규모의 1,496개 사업을 통·폐합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사회보장위원회와 복지부는 오는 25일까지 각 지자체에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재정비계획안을 제출하고, 오는 11월 그에 따른 결과를 제출할 것을 공문을 통해 통보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복지재정 효율화를 목표로 실시하는 이번 재정비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말장난’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16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의 총지출 규모가 55조6,000억 원 수준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53조5,000억 원 대비 2조1,000억 원(3.9%) 증가했고, 다른 부처로 이관된 사업예산 1조2,426억 원을 고려할 경우 6.4%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 증가에도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은 대폭 축소돼, 결과적으로는 지역 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번 지자체 유사·중복 사업에 포함된 지자체의 1,496개 사업을 살펴보면 장애인 251개(약 1953억 원, 빈곤층 510개(약 1,809억 원), 노숙인 24개(약 108억 원)으로, 전체에서 절반 가량 수준인 785개의 사업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사업이다.

이미 충분한 복지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복지서비스 대상자는 많아 이에 맞는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하고, ‘한 끗 차이’로 대상자에 부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들을 ‘중복·유사’로 정의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특히 이번 통·폐합 대상의 최대 피해자는 장애인, 그중에서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최중증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최중증장애가 있는 경우 자신을 돌봐줄 보호자가 없을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수다.

이에 대해 서울시나 몇몇 지자체에서는 최중증장애인들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추가로 활동지원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는 서울, 강원, 경남, 경기 등 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들을 ‘재정비’ 대상으로 놓고 이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 복지예산 증가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금액을 기존 4,679억 원에서 5,009억 원으로 330억 원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유사·중복 사업의 명목 아래 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중단되면 약 500억 원이 삭감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 재정비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생활수준은 어려우나 부양의무자 기준 등 법정요건이 맞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지원하고자 서울형기초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번 통·폐합 대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은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사회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서비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복성을 따지기에 앞서 시행되는 제도들이 얼마만큼 사회약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며 “또한 중앙정부에서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을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대신한다는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가로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보장사업 재정비, 한국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행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역시 지난 10일 복지부 국정감사 4차 질의를 통해 사회보장사업 재정비 방안에 대해 비판한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복지부 안준균 정책기획관에게 복지부가 정의하고 있는 중복·유사성이 있는 사회보장사업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안 정책기획관은 “동일한 목적이나 동일한 대상에게 급여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안 정책기획관에게 예를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안 정책기획관은 그 예로 기초연금과 노인수당을 들었다. 안 정책기획관은 “기초연금법이 처음 생길 때 기초연금을 제공하면서 현금성으로 지급된 사업들을 정리한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김 의원은 “20만 원짜리 (예산을) 보탠다고 중복이니 아니니 하는 게 맞느냐.”고 질타하며 “만약 이번 재정비 대상 지자체 중 중복·유사성이 낮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회보장사업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재정비에 대해 반대하며 성명서를 낸 서울사회복지사협회 장재구 회장은 “현재 한국은 복지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며 “국민이 행복한 수준이 아닌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데, 사각지대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지자체의 사업들을 중복이나 유사성이 있다고 해서, 조정하라는 것은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걷잡을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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