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 동시 시외이동 저상버스를 부탁해 버스타기 기자회견

“저는 시각장애가 있지만 여행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한 번은 버스를 타고 공주를 가기위해 터미널에 온 적이 있는데요. 버스표를 예매하고 발매하는 것부터 버스를 타는 것 까지 너무 복잡하고 이게 내가 타야하는 버스인지 아닌지도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지팡이를 들고 헤매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어디가세요?’라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분 덕에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그 분은 터미널 직원이 아닌 그냥 시민 분이었어요. 내가 어려움에 처하고 곤경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 준 사람은 국가도 아니고 터미널 직원 분이 아닌 그냥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만약 국가가 앞장서 교통약자도 버스를 원활히 탈수 있게 체계가 갖춰졌다면 우리가 어렵게 버스를 이용할 일은 없겠죠?”

▲ 24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호남선에서 전장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솔잎 기자
▲ 24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호남선에서 전장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솔잎 기자
한가위를 앞둔 24일. 고향을 내려가기 위해 마련한 버스 승차권은 올해도 여전히 휴지조각이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시외이동 저상버스를 부탁해’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올해로 10년이 됐다.

▲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솔잎 기자
▲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이솔잎 기자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 제1차 계획(2007~201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에 저상버스 31.5%를 도입해야 하지만 지난해 기준 18.7% 수준밖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2012~2016년)계획에서는 목표치를 낮춰 내년도까지 41.5%를 도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예산안 중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관련 금액은 404억 원으로 2015년 예산과 동일하게 책정, 도입률도 2015년 대비 2.1%인상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토부는 2015년 교통약자의 고속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16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 최종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을뿐더러 내년도 예산 안에는 시외이동권에 대한 계획은 전무했다는 것.

▲ 버스를 올라타기 위해 휠체어를 들어 올렸지만 높은 계단으로 인해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 ⓒ이솔잎 기자
▲ 버스를 올라타기 위해 휠체어를 들어 올렸지만 높은 계단으로 인해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 ⓒ이솔잎 기자
현재 전국에 운행되고 있는 9,574대 광역버스를 비롯한 고속·시외버스 중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40)만 저상버스로 도입된 상태일 뿐 시외고속 버스는 교통약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이에 각 지역의 장애계단체와 교통약자들은 시외이동권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 지난해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에서 지난 7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금호고속과 명성운수는 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이날 전장연 문애린 조직국장은 “지난 7월 승소 판결을 받은 소송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시외이동권 차별을 인정한바 있지만 국가에 대한 책임은 명시되지 않은 채 편의 제공에 대한 책임을 버스회사에게만 지게했다.”며 “정부는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을 왜 버스회사에게 의무를 떠넘기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교통약자에 대한 시내·시외이동권을 무시한 처사이며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지키지 않고 있는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이에 전장연은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소속 의원들에게 내년도 장애인 이동권 예산과 요구안을 통해 시내·시외이동권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면담을 신청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답변을 줄때까지 노숙농성을 통해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온 장애인들을 막고 있는 경찰들과 그뒤로 비장애인 승객을 태우고 있는 버스. ⓒ이솔잎 기자
▲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온 장애인들을 막고 있는 경찰들과 그뒤로 비장애인 승객을 태우고 있는 버스. ⓒ이솔잎 기자
한편 이날 전장연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1박 2일 노숙농성을 진행한다. 전장연은 매 시간마다 버스 승차표를 구매해 교통약자의 보편적인 시외이동권을 요구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다.

▲ 떠나는 버스를 잡기 위해 나왔지만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 떠나는 버스를 잡기 위해 나왔지만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 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지만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 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지만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 ⓒ이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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