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반대 부딪혀 현재 공사 중단

서울 발달장애인직업훈련개발센터(가칭 서울커리어월드)가 설립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관계기관)은 지난 19일 서울 커리어센터 설립 공사를 시작했지만,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커리어월드가 설립될 곳은 한 중학교 안에 위치한 실습실 건물이다. 학생수가 감소함에 따라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개보수해 이랜드 스파오, 베어베터 등 1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해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반대측 주민 “통학로 좁고 위험해 장애 학생 온다면 사고 발생 피할 수 없어”

▲ ⓒ관계기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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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측 주민들은 현재 해당 중학교 인근에 현수막과 벽보 등을 내걸고 반대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반대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위험한 통학로 때문에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사고 위험율이 높다는 것.

반대측 주민들에 따르면 서울커리어월드가 설립될 중학교 주변에는 택배회사가 가까이 있어 학생들 통학시간대 큰 트럭들이 지나다닌다. 입·출하 작업도 이뤄지기 때문에 장애가 없는 학생도 등·하굣길이 위험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대측 주민들은 더욱이 의견을 미리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설립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관계기관이 주민 의견을 듣고 일을 진행시켰다면 반대 상황이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열악한 지역에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부모와 함께한다고 해도 매우 위험한 곳이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우리가 제시한 의견을 듣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중학교 건물에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고등학생들이 서울커리어월드를 이용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

반대측 주민들은 “서울커리어월드가 들어오려는 곳은 중학교 건물 안에 있는 실습실이다.  서울커리어월드를 이용하는 연령대는 고등학생이라고 들었다. 또래라고 해도 걱정되는 마당에 연령대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문제가 생길 확률이 있지 않나. 또 근처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발생할수도 있는 불안함을 우리가 떠안기는 싫다. 왜 그 불안감을 내 자녀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서울커리어월드가 아니라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유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이기적인 것은 안다. 정말 미안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무조건 상생하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안된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서울커리어월드가 독립된 공간에 설립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계기관 “반대측 주민들 우려하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관계기관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내용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먼저 ‘위험한 통학로’와 관련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서울커리어월드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직업교육 일환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교하게 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도 교사의 인솔 아래 이뤄질 예정.”이라며 “서울커리어월드는 예약제로 운영될 것이며 1일 이용 학생은 약 70인 정도로 함께 오는 교사와 학부모 등을 합해도 90인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1~2학년 학생과 전공과 학생(20세~21세).”이라며 “서울커리어월드 통학시 인솔하는 특수교사와 프로그램별 운영 담당자가 있어 학생들이 통제가 불가능하거나 위험에 노출될 일은 없을 것이며 해당 중학교 학생들과 등교시간도 달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관계기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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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견에 지난 7월~9월까지 3회에 걸쳐 설명회를 가졌으며, 10월 중 간담회와 설명회를 추가로 가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서울커리어월드가 다른 시설과 달리 주민분들의 편의 시설을 비롯해 주민분들의 이해와 도움이 있어야만 잘 운영될 수 있는 곳이다. 우리 또한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고 주민들과 함께 서울커리어월드가 좋은 운영사례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탁했다.

“무조건 반대 말고 상생하는 길 모색해야”

서울커리어월드의 설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장애인 관련 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낙인이 있어 지역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주민은 “서울커리어월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직업 훈련이 가능한 학생들이다.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울커리어월드와 함께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커리어월드 설립과 관련 말도 안되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이야기를 퍼트려 서울커리어월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바람은 이들이 스스로 독립해 살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것 뿐이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과 그 부모를 죽음으로 내모는 행동.”이라며 “문제점이 있다면 각 대표들이 만나 일관된 의견으로 조율해 세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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