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 국내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열려

▲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발달장애학생 직업교육을 위한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의 이해 및 국내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 ⓒ이솔잎 기자
▲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발달장애학생 직업교육을 위한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의 이해 및 국내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 ⓒ이솔잎 기자
미국 발달장애학생의 취업 지원훈련 프로그램인 ‘Project Search’(이하 프로젝트 서치)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별 특성에 맞는 직업능력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과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 등 국내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발달장애학생 직업교육을 위한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의 이해 및 국내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프로젝트 서치의 공동창시자인 Susie Rutkowski(이하 수지)와 Erin Riehle(이하 에린) 박사가 참석해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의 이해와 운영사례를 발표했다.

미국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등에서 운영 중에 있는 장애학생을 위한 학교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교에 등교한 뒤 직업담당교사와 함께 프로젝트 서치에 참여하는 기업으로 출근해 해당 기업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직업훈련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1학기 동안 10주간 3차례 진행되는 인턴십에 참여해 약 6시간동안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1차례 인턴십이 끝날 때마다 인턴들의 주재로 고용주와 직업담당교사가 참여해 정규고용계획회의를 개최, 직업훈련에 대한 장·단점과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심도있는 토의를 진행한다. 3차례 인턴십이 종료되면 학생은 졸업을 하거나 인턴십에 참여했던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등의 지역에서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 도입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의 취업률이 70%까지 향상됐으며 직장을 유지하는 학생의 비율 역시 8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목표는 고용 아닌 지역사회 소통 방법

에린 박사는 자신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 참여 학생인 애니의 사례를 통해 프로젝트 서치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에린 박사에 따르면 애니는 읽거나 쓰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퍼즐 등을 좋아하는 학생이다. 애니의 직업훈련담당교사였던 에린 박사는 이 능력을 직업기술로 전환하기 위해 병원에서 물품을 정리하는 방법을 교육,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취직하게 됐다.

그런 애니에게 승진의 기회가 찾아왔다. 성실하고 일을 잘하는 애니를 눈여겨 본 다른 부서의 의사가 애니에게 조금 더 강도 높은 일을 권했던 것.

하지만 에린 박사는 애니를 위해 거절했다. 애니는 단순한 물품정리는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한 과정이 생기면 자신이 맡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 프로젝트 서치 공동창시자 Erin Riehle 박사. ⓒ이솔잎 기자
▲ 프로젝트 서치 공동창시자 Erin Riehle 박사. ⓒ이솔잎 기자
에린 박사는 “애니는 자신의 사물함도 잘 찾지 못할뿐더러 자물쇠 여는 방법도 아직 어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하던 업무에서 조금이라도 과정이 바뀐다면 애니는 분명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다. 장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직업훈련을 받는 학생들이 기업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또 그에 맞게 직업훈련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런 과정을 기업이 싫어할 일은 절대 없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혹은 기업에 손실이 가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에린 박사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고용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린 박사는 “기업들이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을 가장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을 꼭 고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이유로 만든 것이 아님을 꼭 말하고 싶다. 우리가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기업과 발달장애 학생이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퇴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욕설을 하는 등의 갑작스러운 행동 등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행동 교정 교육까지도 모두 진행해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고용주에게는 이러한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 특성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게 바라는 것은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을 모두 고용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업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업유지 기술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경미 감사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이 한국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개인별 특성과 적성을 고려해 개인별 직업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장애인교육법에 의해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직장이나 고등교육기관으로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환교육을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어린이의 개별화교육개획과 개별화전환계획 등을 추가하도록 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22세까지 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으로 인해 전공과가 무상교육으로 제공되면서 학부모들의 현장 직업교육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경미 감사. ⓒ이솔잎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경미 감사. ⓒ이솔잎 기자
유 감사는 “개인별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동일한 직업교육을 받는 한국 직업교육의 현실을 살펴볼 때 개인의 직업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사업체를 찾아 바로 그 곳에서 인턴을 하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은 한국 직업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 감사는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으로 인해 직업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그 밖에 요소 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욕구를 의사소통으로 표현하기 등과 같은 직업유지 기술들을 제공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유 감사는 “예를 들면 의사소통을 위해 그림이나 사진을 활용하거나 단어카드, 문장 카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함께 작업과정을 사진으로 작성해 벽에 부착해 그 작업이 계속 눈에 익도록 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학생에게 자기주장과 자기결정,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자기권리옹호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의 배경은 ‘내 아이가 필요한 것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된 것처럼 장애가 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만족도 높은 직업훈련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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