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지 말아야”

지난 2011년 제정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지원법)’ 제7조에 따른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 계획(이하 종합계획)’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홈리스행동은 이번 종합계획이 기대 이하라고 평가했다. 예산 계획도 없고, 종합계획 안에 포함된 내용 역시 구체적이지 못해 현실적인 노숙인 복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홈리스행동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소재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정부가 발표한 종합계획에 대한 한계와 개선사항 등을 논의하고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한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노숙인 지원법 제7조에 따르면 복지부장관은 노숙인 등의 보호와 자립 등을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한 종합계획은 ▲노숙인 등에 대한 정책의 목표와 방향 ▲노숙인 등의 발생예방·사후관리 및 감소 방안 ▲정책성과 지표와 재정계획 ▲노숙인시설의 설치·확보 및 주거지원·복지서비스 등에 관한 사항 ▲민간협력에 관한 사항 ▲노숙인 등의 보호와 자립을 위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력에 관한 사항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숙인 등 정책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

▲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
▲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현재 복지부가 발표한 종합계획은 위 내용처럼 종합계획에서 담아야 할 내용을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종합계획의 △재정계획 누락 △‘노숙인 등의 증감과 관련된 사회적·경제적·인구학적 환경 및 그 변화에 대한 전망’ 누락 △‘국가정신보건사업계획’과의 연계와 협력사업 방안 누락 △좁은 정책대상 △구체적이지 못한 정책방안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종합계획의 제정계획의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투여가 상당하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종합계획의 실행 가능성 여부는 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사전 협의와 조율이 관건이며, 이에 있어 재정 문제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이 활동가는 “노숙인 등 복지와 부랑인시설이 각각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이양사업으로 이원화돼있는 것 역시 문제.”라며 “종합계획에는 사업별 재정계획은 물론 분절된 두 재정체계의 통합방안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의 사회·경제·인구학적 변화에 따른 전망의 누락은 중·장기 전망과 전략의 수립이라는 종합계획의 성격을 고려할 때 중대한 결격이라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복지부가 종합계획에서 지적하듯 그간 ‘노숙인 복지’의 문제가 ‘분절적 사후문제 해결 중심’이었다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노숙인 등의 증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사회·경제적 변수들을 고려할 전망이 필수.”라며 “장기·거시적 전망을 누락한 채 세워진 종합계획은 현실과 거리가 멀거나, 무력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종합계획에는 지역정신보건사업과 중독관리종합지원센터 활용방안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가정신보건사업계획과의 연계방안이 없이 지역정신보건사업에 의탁하고 있어, 노숙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의 몫으로만 떠넘긴다’는 지적 역시 피하지 못했다.

노숙인과 부랑인 이원화, 정책대상의 편의적 선택

종합계획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숙인이 ‘거리와 노숙인시설 입소인’으로 임의 축소해서 26만 명의 실제 노숙인 중 단 1만2,000여 명이 좋압계획에 포함돼있다는 지적이다.

노숙인 지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숙인 등’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 18세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종합계획안에서는 ‘전체 노숙인 등을 노숙인 등의 규모를 거리와 노숙인시설 입소인으로 임의 축소(약 1만2,000여명)해, 20만여 명에 달하는 노숙인 등이 종합계획안 모든 영역에서 배제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노숙인 등 복지법 시행규칙이 정한 노숙인복지시설인 쪽방상담소에 대한 계획은 언급조차 없으며, 쪽방 주민에 대한 계획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이 활동가는 “현재 쪽방 지역의 절대 다수가 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사업예정지이거나 착수 단계에 있다. 또한 일부 쪽방 지역의 경우 건물주들이 쪽방을 고급 숙박시설 내지 상업시설로 용도변경해 수익 전략을 바꾸는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은 쪽방주민에 대한 상담, 일부 생활서비스 지원에 머물 뿐 저렴주거로서 유효성을 지속하거나 지역을 재생시킬 어떠한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쪽방이 노숙인 등의 자구적 거처로 활용됨은 물론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 등, 결핵환자 투약관리 사업 등 정책자원으로 활용 됨에도 쪽방의 멸실에 대한 대책, 쪽방의 유효성의 장기지속방안에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부 추진과제 미약… 노숙인 복지 실현 의지 없어

종합계획에 포함돼 있는 세부 추진과제 역시 대부분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유렵 30여개 국가 100여 개 홈리스 관련 비영리조직들이 모인 연합체 ‘FEANTSA의 경우, 다섯 가지의 정책 목표를 통해 노숙 종결을 추구하고 있다.

내용은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 ’응급의 기간을 넘어 응급쉼터에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주거대안 없이 시설에서 퇴소하지 않도록 한다‘, 등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구성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종합계획안의 경우, ‘전문화’, ‘강화’, ‘향상’ 등으로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종합계획 11대 추진 과제들은 ▲노숙유입 예방을 위한 지원 ▲효과적인 아웃리치 체계 구축 ▲노숙인 시설 체계의 전문화 ▲노숙인 주거지원사업 강화 ▲노숙인 의료지원 접근성 강화 ▲노숙인 의료지원 접근성 향상 ▲노숙인 고용지원 강화 ▲지역사회 재정착을 위한 지원 ▲주류서비스와 연계 ▲노숙인 종사자 처우개선 및 배치기준 강화 ▲거리노숙인 현황조사와 실태조사 실시 ▲협의체 기반의 정책점검과 자원 확보다.

아울러 종합계획안의 7가지 성과지표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는 11대 추진과제로 제시된 것 중 ‘의료’, ‘노숙 유입 예방’에 대한 지표는 누락돼 있다. 이들 지표 중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주거지원서비스적용률’, ‘고용지원서비스적용률’, ‘노숙인시설입소기간’ 3개에 불과한 상황.

이 활동가는 “종합계획의 목적과 목표의 협소 및 추상성의 문제는 복지부의 노숙인 등 복지정책의 의지와 시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실제 세부과제로서 제출된 사업들 중 복지부 주도 사업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 시기는 복지부가 종합계획에서 평가하듯 시설보호에서 지역사회 주거지원으로의 정책 방향 전환‘을 이뤄야 할 전환기.”라며 “하지만 종합계획안은 기존의 사업 방식과 대별되는 어떠한 패러다임의 전환 계획조차 담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 복지부 김창환 사무관.
▲ 복지부 김창완 사무관.
‘첫술에 배 부르랴’ 복지부 “종합계획 마련 자체에 의미 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김창완 사무관은 노숙인 관련 단체 측의 날 선 비판에 대해 어느정도 수렴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종합계획이 아직 발표조차 되지 않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지적하는 것에 대해 자제를 부탁했다.

김 사무관은 “종합계획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담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종합계획에서는 기존의 제도 등을 연결해서 얼마나 효율화 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대상 제한과 관련해서는 “사실 노숙인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따라서 오늘 논의했던 노숙인 등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각자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외국에서조차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과제.”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의 재정에도 한계가 있어서 계획을 잡으면서 쪽방촌 주민들이 배제돼서 계획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무엇이든 첫 번째는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 이번 종합계획은 이전에 연구됐던 종합계획보다는 진일보 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는데, 부정적인 면만이 부각됐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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