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 등과 끝장토론 비공개 진행… 조희연 교육감, 학생 만나 반대의견 청취

서울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이하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놓고 약 5시간의 마라톤 토론을 벌인 결과, 장애계 단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눈물을, 성일중학교 내 장애인직업센터 설립 반대 위원회(이하 반대위원회)는 웃음짓게 됐다.

지난 11일 저녁 7시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놓고 공대위를 비롯해 서울특별시교육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그리고 반대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모여 끝장토론을 벌였다. 이날 끝장토론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 끝장토론 현장.
▲ 끝장토론 현장.
서울커리어월드는 당초 지난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어야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약 두 달여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지난 10일 센터 공사를 위한 기자재가 성일중학교 안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다시 시작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마련된 토론회였기에 공대위측도 공사가 조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참석했지만, 마땅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공사 기일만 연기되는 결론을 얻었다.

공대위 측에 따르면, 반대위원회에서 ‘서울커리어월드에 대한 자료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검토한 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공사기일이 일단 미뤄졌다.

공대위 관계자는 “끝장토론의 결과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조금은 협의의 여지를 둔 것에 의미를 뒀다.”면서도 “하지만 공사가 연기된 데 있어서는 공대위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일중학교 교문 앞은 반대시위로 ‘격렬’

▲ 성일중학교 교문 앞에서 제기동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성일중학교 교문 앞에서 제기동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중 바깥은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뤄졌다. 성일중학교 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토론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오후 7시부터 반대 손팻말을 들고 하나 둘 모인 주민들은 약 30분 뒤 성일중학교 정문을 가득 채우며 반대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공대위측 설립 찬성 농성 천막은 끝장토론 이전에 철수해 큰 부딪힘은 없었다.

반대하는 이들은 ‘장애인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성일중학교 학생들이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성일중학교 학생들이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특히 성일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직접 반대 시위에 참여해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서울커리어월드가 들어오는 것이 무서운 것은 장애인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밀어붙이는 행정 때문.”이라며 “어떻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모르게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이 이뤄질 수 있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교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 ‘학교 주인인 우리가 왜 학교에 들어갈 수 없냐’며 항의했고, 9시 20분경 주민들과 함께 학교에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서울특별시 조희연 교육감은 끝장토론을 잠시 멈추고 성일중학교 학생들과 면담을 갖겠다고 밝혔다. 5인으로 구성된 학생 대표들은 조 교육감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조희연 교육감이 성일중학교 학생대표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조희연 교육감이 성일중학교 학생대표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성일중학교 학생대표들은 ▲동갑도 아닌 발달장애성인에 대한 두려움과 돌발행동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측의 방안 ▲학생들 동의 없이 진행된 서울커리어월드 설립과정 등을 내세우며, 조 교육감에게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에 대한 반대 의사를 20여분간 피력했다.

성일중학교 학생대표 중 한 명은 “만약 우리가 서울커리어월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 공사를 중단해주실건지 대답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일주일 안으로 학생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지금은 부모님들과 서울커리어월드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 시위는 끝장토론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결사 반대’라는 소리가 성일중학교 일대에 울려펴지며 서울커리어월드에 대한 반대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오후 11시 50분. 토론은 약 30여분 전에 끝났지만 반대 시위는 계속됐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공단 관계자의 차량이 현장을 빠져나가자 차를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대위원회 “필요성은 인정하나 불안함 감내는 싫어”

이날 끝장토론에서는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일부 주민들이 주장했던 우려가 고스란히 쏟아졌다.

▲ 성일중학교의 굳게 닫힌 교문 사이로 반대 손팻말이 보이고 있다.
▲ 성일중학교의 굳게 닫힌 교문 사이로 반대 손팻말이 보이고 있다.
끝장토론 참석자들에 따르면 먼저 반대위원회 주민들은 ▲위험한 통학로 인한 사고 위험률 ▲의견을 묻지 않은 설립 절차 ▲중학교 건물에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고등학생들이 이용하는 불안함 등을 제기했다.

반대위원회는 “주민설명회 때부터 꾸준히 제기한 문제점들.”이라며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들 또한 그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문제점들과 불안함을 감내해야 하는 주민들의 시각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용두동 글로컬 타워 안 설립과 신설역에서 2분 거리에 있는 교수학습지원센터 등에 대해 검토는 해보셨는지 묻고 싶다.”며 “우리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말이 타당성이 있고 협의점이 있다면 동의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협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성일중학교를 문화예술 선도 학교로 지정하는 방안과 함께, 서울특별시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 안 정원 만들기 사업 등의 지원 방안을 내세웠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쓰레기 소각장 등 혐오시설이 아닌 발달장애학생들이 직업훈련하는 공간이다. 제기동 주민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일중학교에 애정이 있고 또 지역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성일중학교가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위원회가 말하는 글로컬 타워 등을 직접 가봤다. 하지만 예산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며 “성일중학교의 학생들에게 장애가 있는 사람과 함께 가는 사회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경험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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