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적 관점 아닌 복지적 측면으로 바라봐야

▲ 공청회 모습. ⓒ이솔잎 기자
▲ 공청회 모습. ⓒ이솔잎 기자
현행 정신보건법상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례관리 속 위기관리에 대한 지침들이 거의 의료적 관점에서만 구성돼 있어 복지적 측면의 위기들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마포구정신장애인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은 2일 서울시 복지재단 본관 교육장에서 ‘마포구 정신장애인 사망사건을 통해 본 정신장애인 인권개선을 위한 공청회’을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마포구 사건의 경위와 진행경과를 알아보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포구 사건은 지난 10월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택에서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같은 집에 거주하던 형도 사망한 남성과 같은 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들은 80대 노모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노모는 입원으로 6주간 집을 비운 상태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 가구는 합정동 주민센터에서 사례관리 중이었다. 이에 노모는 해당 구청 측에 자신이 장기간 집을 비우기 때문에 두 아들에 대한 통합사례관리를 요청했다.

구청 측은 한 달간 총 12회 집을 방문했고 직접 방문을 못할 때는 슈퍼나 통장 등에 전화해 형제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노모가 요양병원을 잠시 나와 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동생은 사망한 상황이었다.

이날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마포구 사건을 통해 정신보건법과 전달체계의 개선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정신장애인의 복지문제에 관련한 법령인 정신보건법과 장애인복지법에서 조차 제외되고 있다.

▲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이솔잎 기자
▲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이솔잎 기자
정신보건법의 경우 사회복지에 관한 내용은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문과 정신보건전문자격 중에 ‘정신보건사회복지사’를 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사회복귀시설 설치·운영 등에 관한 조항을 정신보건법에 규정해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서비스전달체계는 장애인복지체계에서 제외돼 보건소 산하의 의료체계로 다뤄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의 제15조는 정신보건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 같은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적용받고 있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예산집행을 살펴보더라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 2009년 기준 정신보건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 750억 원 중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지원되는 금액은 732억 원으로 정신보건사업 예산의 97%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와 관련된 예산은 15억 원으로 전체 정신보건예산의 3%밖에 책정되지 않았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정신질환자사회복귀시설은 지난 2004년 7월 중앙정부의 국고보조예산 대상에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로 옮겨져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지자체 간의 예산 편차가 심각하다.

김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서비스는 지자체가 떠맡는 현 구조는 정신병원에서의 장기입원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유는 정신병원 입원환자 중 70%에 이르는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정부예산집행의 방향을 정신보건기관 지원에서 지역사회 정착지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현재 발의중인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의 조속상 제정을 촉구했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은 지난 7월 24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정신장애인의 특성과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이다.

내용으로는 정신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고용·평생교육·지역사회 복귀 등의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와 자립생활센터 설립,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 정신장애인 가족 지원 서비스 등의 통합적인 지원체계 규정 등이 담겨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주의 지원과 보호에 초점을 주고 있으며 정신보건법은 입원과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와 지원 등에 대한 지원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체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통해 대상자의 특성과 가족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서비스가 계획되고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보건의료정책과 박유미 과장은 “마포구 사건을 단순하게 볼게 아니라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책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지원 미흡으로 인해 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앞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관련된 정책들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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