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별 포기하는 사례 많아… ‘전문 맞춤 연구’ 필요”

▲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장애인 고용실태 및 현황과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장애인 고용실태 및 현황과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직업에 대한 교육 부족, 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작업환경, 직장 접근성 부족 등이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은 지난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성장애인 고용실태 및 현황과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서 발표한 ‘2014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취업률은 46.3%인데 비해, 여성의 취업률은 22.8%에 불과하다. 월평균 임금 또한 남성이 180만2,000원인 반면 여성은 74만3,000원에 그쳤다.

이에 여장연에서는 지난 4월~8월까지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고용의 문제와 각종 사회적 요인을 파악하고 고용실태와 현황을 분석했다.

▲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재 활학과  변경희 교수
▲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재 활학과 변경희 교수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장애가 있는 여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가 전체 26.2%를 차지하며 제일 높았고, ‘동료들의 편견과 무시가 두려워서’가 16.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변 교수는 “편견과 무시, 여성장애인에 대한 우려 등은 여성장애인들의 자존감과 연관성이 높을 것.”이라며, “여성장애인의 자존감을 살리는 교육, 비장애인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 심리 측면 뿐만 아니라 구직 조건과 자격에도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27.6%가 직업 교육, 기술, 경험이 부족해서 구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16.7%의 여성들이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고 답했고 낮은 학력,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고용 유지 불안이 뒤를 이었다.

변 교수는 “여성들이 충분한 직업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받는다 해도 단편적인 교육에 그쳐 고용유지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기술, 심리 교육 등을 통해 여성들이 적성을 살려 알맞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근성 역시 여성들이 구직을 막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조사에 의하면 26.5%의 여성들이 집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하러 가기까지의 편의시설 부족으로 구직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변 교수는 “접근성 조사 결과 여성들이 직장 내 접근성과 편의시설 부족, 대중교통 이용 편의 부족, 집안 내 보조기기 또는 편의 시설 부족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편의시설법이 마련됐으나 아직까지도 접근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취업에 있어 접근성 확보가 중요시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를  뚫고 취업의 문턱까지 간다고 해도 ‘장애’를 이유로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서류 심사 시 장애가 있는 이유로 탈락을 경험하고, 면접 시 장애등급 등으로 인해 탈락을 한 경우가 17%로 조사 됐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경우도 약 15%로 나타났다.

변 교수는 “수치가 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태조사 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대상자까지 포함한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직장 여성 중 차별을 경험한 여성이 상당한 수를 차지 하고 있다. 이에 여성의 18.1%가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여성 취업률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여성장애인의 교육기회 증가 ▲개인에게 적합한 단계별 직업교육프로그램 마련 ▲이동수단의 제공과 편의시설 확보 ▲취업 유지를 위한 지원 ▲동료 여성장애인들과의 상담프로그램운영을 통한 심리적 지원 필요 등을 설명했다.

변 교수는 “남성보다 교육의 기회가 적은 여성들은 취업정보에 있어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여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여성특화 직업재활기관을 통해 여성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기혼 여성장애인의 경우에는 가사활동, 육아에 대한 책임으로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성권 보장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취업, 고용 촉진·근무 안정성 고려돼야

▲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조호근 센터장
▲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조호근 센터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조호근 센터장은 장애가 있는 여자들이 구직함에 있어서는 고용촉진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구직 뒤 근무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지난 2년간 상담내역을 보면 남성은 직장 내에서 해고, 임금차별 등의 문제가 많았고, 여성은 부당한 처우로 인한 상담이 제일 많았다.”며 “여성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교육과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센터장은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다양한 복지욕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상담, 교육, 결혼, 재활, 법률 등 민원 업무에 대한 서비스는 부족하므로 노동·민원상담, 직장체육, 고충해결 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직장적응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

조 센터장은 “기존의 직업센터들은 취업률에만 연연하고, 고용유지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하며 “여성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그들의 고충을 해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조 센터장은 여성을 위한 직종 개발 필요성을 말했다. 여성이 여성 우선 취업직종 중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선택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뒤 취업하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취업이 어려운 장애유형별로 할 수 있는 직종을 발굴하고, 해당직종에 여성이 우선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농아인협회, 시각장애인여성회의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그동안의 취업연구에서 장애유형에 따른 차별성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직장 내 장애유형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한 환경을 비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전 사무총장은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들은 장애, 성차별, 의사소통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직장 안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은데,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의사소통 체계가 없어서 결국엔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고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는 직장환경을 비판했다.

또한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 유형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제도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시각장애인 여성회 원윤선 이사는 “장애유형에 따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며, 유형에 적합한 일자리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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