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적극적 조치 등 내리는 예 찾기 어려워…기획소송 등으로 의미있는 판례 제시해야

▲ ‘2015 장애인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발표회-장애인 소송의 현안과 쟁점’ 공익소송 보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솔잎 기자
▲ ‘2015 장애인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발표회-장애인 소송의 현안과 쟁점’ 공익소송 보고회에 참석한 사람들.ⓒ이솔잎 기자
법 안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권리구제 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8년 시행된 장차법은 장애인 당사자의 차별과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한 권리구제 수단으로 제정됐지만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현재 장차법상의 권리 구제 수단은 법원의 소송과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진정이다.

그러나 장애계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은 거의 이뤄진 바가 없으며 인권위 진정은 오랜 시일이 소요되고 권고적 효력으로 그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인권위 기능이 일부 영역에 국한돼 있어 포괄적인 옹호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법원의 소송의 경우 절차가 어렵고 패소시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당사자들이 많다. 아울러 장차법이 강력한 법이 되지 못해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5 장애인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발표회-장애인 소송의 현안과 쟁점’을 주제로 공익소송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구소와 장추련은 최근 선고된 장애인 관련 판결 중 디딤돌 판결 10개와 걸림돌 판결 8개를 선정해 이를 토대로 장애인 학대 사건과 차별구제 사건 등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발표를 진행한 연구소 인권센터 김강원 팀장은 장애인 학대사건을 사례로 들어 장애인 관련 소송수행과정의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된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과 2012년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의 형사고발사건을 공익소송으로 수행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수사와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홍천 실로암의 경우 거주인들을 시설 내에 가둔 채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도망갈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이유로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시설 안에 가둔 채 운영했지만 감금죄로 인정되지 않았고 ‘밥은 먹여줬다’는 이유로 유기죄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 ⓒ이솔잎 기자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 ⓒ이솔잎 기자
김 팀장은 “장애인 학대 사건의 경우 시설이나 가정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져 피해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하거나 누군가의 제보가 아닌 이상 밖으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원주 사랑의 집과 같은 미신고 시설일 경우에는 관리감독 조차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대응이 어렵다.”고 사건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또한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난다고 해도 장애인에게 적합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스스로 자기주장을 하거나 증거를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애 특성이 제대로 반영된 조사 기법이나 기술, 도구 등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와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있어 아직 지원체계가 미흡해 다른 시설로 옮겨지는 것 그 이상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권익옹호체계 등을 도입해 피해의 법적인 회복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김 팀장은 소송 수행 과정에서 장차법이 과연 국가에게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차별을 시정하라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장차법의 권리 구제 수단으로 인권위와 법무부, 법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구제절차는 법령·제도·정책·관행에 대한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이며 법무부 또한 차별시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시정명령이다.

법원의 경우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 등의 판결을 통해 이행명령 등을 내리고 있지만 법원이 개별·구체적 타당성 등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를 고려한 구제조치를 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법원을 통한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판사들에게 장차법의 실효적 이행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법원에게 부여된 구제조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한국에 권고를 한 바 있다.

김 팀장은 “장차법이 만들어 졌지만 이를 통해 제기하는 소송 자체가 부족하며 법원이 적극적 조치 등을 내리는 예는 더욱 찾기 어렵다. 또한 인권위의 권고적 효력은 효과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진정에서 권고까지 걸리는 시일이 긴 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장차법이 실효성 있는 법으로 시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추련 김성연 팀장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교육과 더불어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기획소송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장애유형에 맞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 모든 절차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수사기관 등에 대해 장애인 인권교육 등과 더불어 장애계 활동가와 장애인 당사자, 가족 등에게 사법절차에 대한 교육 등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차별상담전화 등을 운영하는 단체에도 공적인 형사사법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또한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기획소송 등을 통해 의미있는 판례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장애인인권 디딤돌 판결로는 ‘근로자의 의족 파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등 10건이, 걸림돌 판결은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기각(영화 도가니 사건)’ 등 8건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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