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턴’도 일을 하면 ‘노동자’다.
[논평] ‘인턴’도 일을 하면 ‘노동자’다.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6.02.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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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논평

- 청년노동자의 요구가 만들어낸 반걸음의 진전
- 정부 <인턴·실습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노동법 기본원칙의 선언
- 결국 근로감독 함께 강화하지 않으면 열정페이 사라지지 않을 것

언젠가부터 인턴은 새로운 노동착취의 대명사가 되었다. 착취는 주로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을 노린다. 기업은 취업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경력마저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입사원을 뽑으면서도 말이다. 인턴에 합격하기 위해 따로 스펙을 쌓고, 이 인턴에서 저 인턴으로 옮겨 다니는 일이 흔해졌다. 이 고난의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그것이 비록 계약직일지라도 ‘노동자가 되는 것’, 그러니까 정식 근로계약을 맺는 일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훈련의 포장지를 쓰고 있던 인턴은 이미 ‘노동’이었다. 교육은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턴’이라는 말만 붙이면 모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짐을 깨달은 영리한 기업들이 “이것은 노동이 아니라 교육입니다. 청년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요.”라고 발뺌해왔을 뿐, 많은 경우 인턴 명찰을 단 사람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엄연하게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교육을 핑계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법관행이 때로는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에서는 ‘도제’라는 명목으로 만연해왔다. 배우는 것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덜 억울했을 것이다.

청년들의 절박한 처지를 한껏 이용하는 편리한 수단을 통해 기업은 무한정 공급되는 저임금 혹은 무임금 노동의 이익을 누렸고, 청년들은 허전한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서 헐값노동과 공짜노동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었다. 야간근무를 포함해서 한 달에 3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채용공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인턴’은 정규직·비정규직 아래의 세 번째 고용형태가 되었고,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는 그 ‘직책’은 몇 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청년들에게 예약되어 있다.

청년착취를 상징하는 ‘열정페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인턴 불법사용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하는 한편,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낯선 이름의 인턴·실습 보호방안을 내놓았다. 2016년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청년의 요구가 정부의 대책을 끌어냈다.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을 비롯하여 우리 청년노동자들이 직접 자기 현실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모아 만들어낸 반걸음의 진전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여러 권고사항도 담겨 있지만, 결국 핵심 내용은 ‘일을 시키는 행위’와 ‘일을 가르치는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다. 즉, 노동과 교육을 구별해서 아무리 형식적으로 교육의 꼴을 취한다 해도 실제 일을 시키면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턴의 업무(혹은 활동) 내용이 고용주에게 이익을 발생시키거나 본래 직원이 해야 할 업무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면, 그것은 노동법이 보호해야 하는 노동으로 본다. 여기서 ‘인턴’은 이름표일 뿐, 그 사람은 실질적으로 모든 법적 권리를 가지는 ‘노동자’기 때문에 마땅히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된다. ‘교육기관’으로 둔갑했던 기업과 ‘교육자’인양 행세했던 고용주는 그제야 노동법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 사용자 위치로 돌아온다. 이로써 인턴 불법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핵심 기준이 세워졌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란 근로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인턴 사례에 대해 ‘노동법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감독하겠다는 선언이다. 그간 정부가 ‘그건 교육’이라는 기업의 말에 순진하게 속아왔던 과오를 뉘우치고, 노동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노동행정의 부족함을 바로잡아, 청년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 ‘그저’ 노동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노동당국이 일을 잘 했으면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이니, 이제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의 인턴 보호방안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일을 하면 노동자다.”

“일을 시키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노동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기 위해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열정페이 노동착취와 인턴 불법사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육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는지, 정부 방안의 틈새를 노려 탈법적인 관행이 새로 출현하지는 않는지 더 촘촘하게 감독해야 한다. 당국의 지속적 노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일경험 수련생’이라는 노동시장 바깥의 약자를 합법적으로 양산하는 길을 터주게 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노동법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자. 일을 하면 노동자다. 그리고 노동은 노동답게 되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교육은 또 교육답게 하면 된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그치지 말아야 한다. 근로감독관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감독만 제대로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앞으로는 정부가 제대로 일하길 바란다.

2016년 2월 2일

청년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