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을 맞아 버스터미널에는 고향에 가는 사람들로 어김없이 붐빈다. 그리고 터미널 한 켠에는 탑승표가 있지만 탈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4일 동서울터미널에서 2016년 시외이동권 추경예산 확보를 위한 ‘내 고향 언제가?!’ 버스 타기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제1차 계획에 따라 2007년~2011년까지 저상버스 31.5%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저상버스는 18.7%에 불과하다.

이에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계획(2012년~2016년)에서는 기준치를 낮춰 올해까지 저상버스 41.5% 도입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2016년 국토교통부의 예산안 중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와 관련된 금액은 404억 원으로 2015년도 예산 405억 원과 같으며, 도입률도 지난해 대비 2.1% 오른 22.8%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운영되는 전국 9,574대의 광역버스를 비롯한 고속·시외버스 중 교통약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교통약자의 고속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 예산 16억 원’을 편성했지만 정부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 추경예산 안에 시외이동권에 대한 계획조차 만들지 않았다.

전장연 조현수 정책실장은 “정부는 예산이 없어서 저상버스를 만들지 못한다고 하지만, 전세버스를 활용해 ‘누워서 가는 고급형 버스’를 도입해 오는 3월부터 운행한다고 했다.”며 “정부와 운성업체들은 교통약자들의 편의시설이 아닌, 이윤이 되는 고급형 버스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예산 정책을 비판했다.

아울러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상임대표는 명절마다 이동권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 버스표를 끊고 버스를 기다리는 기자회견 참가자
▲ 버스표를 끊고 버스를 기다리는 기자회견 참가자
이 상임대표는 “설 명절에 가족한테 가야하는데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올해도 터미널에 모였다.”며 “우리는 명절마다 매번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는 일.”이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전했다.

이어 “비장애인들은 고향에 가려고 버스를 타지만, 우리는 버스표가 있어도 탈 수 있는 버스가 없다. 정부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교통약자들은 버스를 못 타서 터미널에 모여야 하는가. 우리가 마음대로 버스타고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피노키오 IL센터 박정혁 활동가는 저상버스가 도입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활동가는 “일부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편하게 가면 되지, 왜 버스를 타려고 하느냐고 비판한다. 우리도 기차,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그러나 기차는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며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면 마을까지 또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그 버스는 어떻게 탈 수 있는가? 기차를 타고 가도 우리는 결국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한다. 이게 우리가 버스를 타려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전장연은 기자회견 뒤 터미널 근처 횡단보도를 12시30여 분부터 약40분간 점거해 시민들에게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알렸다.  이와 더불어 버스 승강장에서는 표를 끊고 버스를 타려고 했던 교통약자의 탑승을 거부한 버스의 출발을 막기 위해 30분 가량 버스 주변을 둘러쌌다. 

  ▲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 관계자와 이야기 하고 있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횡단보도 점거중인 전장연
   
 
▲ 횡단보도 점거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전장연 문애린 조직실장
▲ 횡단보도 점거 중인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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