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영화상영관 운영 사업자 상대로 법적 대응 밝혀

“지난 2011년 청각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내용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도가니가 개봉됐습니다. 그 당시 영화가 보고 싶었지만 저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자막이나 수화 등이 없이 모두 음성으로만 이뤄져 있어 영상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제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관은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공한다며 영화관에서 날짜와 시간, 작품을 정해 제한된 조건속에서 상영을 진행하는데요. 우리는 왜 선택권이 없이 영화를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제한된 조건이 없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통해 선택권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소송이 그 첫 시작을 알리는 것이 되겠네요.”

▲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
▲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이 제기됐다.

장애계는 17일 서울 돈의동에 위치한 CGV피카디리1958 영화관에서 ‘시·청각 장애인의 차별없는 영화관람을 위한 문화향유권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각장애가 있는 관객의 영화관람권을 외면하는 영화관 사업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장애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영화산업은 지난 2014년 기준 2조276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인구 1인 당 년 간 4.19회의 영화관람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통계속에 장애가 있는 관객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이날 소송취지를 설명한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장애인에 대한 문화향유권이 법률에 명시됐음에도 아직도 선택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함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스크린 300석 이상을 보유한 상영관 사업자는 지난해 4월부터 장애가 있는 관객에게 영화를 감상하는 데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문화예술사업자가 접근·이용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 문화기본법 등에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한 달에 한 번 특정한 시간에 한 편의 영화를 보여주는 배리어프리영화 상영은 행사성.”이라고 지적하며 “이들도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영화 정보를 제공받아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예매하고 그 영화를 볼 때 필요한 수단을 제공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소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차별구제청구.”라며 “문화예술사업자는 영화 화면해설을 비롯해 자막과 FM보청기기 등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정보 접근시 어려움이 없도록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영화상영관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현재 정당한 편의제공이 되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 변호사는 “소장을 제출하기 전 소송의 원고들이 영화상영관에 전화해 편의제공에 대해 물었지만 대부분의 영화상영관에서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매년 1조 원이 넘는 사업자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관객의 권리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소송은 장애가 있는 관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첫 걸음마.”라며 “시·청각장애인들이 가족과 친구 등과 함께 영화를 보러가는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이 사건의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 원고는 모두 4명으로,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무법인 지평, 사단법인 두루, 희망을 만드는 법, 원곡법률사무소 등이 소송 대리인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한다. 피고는 영화 상영관(멀티플렉스)을 운영하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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