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명서

대구시는 성보재활원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하여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12월 사회복지법인 성보재활원에서 일어난 수 십 년간의 장애인 인권유린과 비리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서는 ▲20년간의 장애인에 대한 노예 노동 강요 ▲장애인의 금전 갈취와 부당 사용 ▲무연고 사망 거주인의 유류금품 부당처리 ▲시설보조금 유용 및 회계 부당 처리 등이 드러났으며, 금번 대구시의 특감을 통해서는 대표이사의 처조카를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과 급식 재료의 부당 계약, 법인 이사회 운영 및 관리 부당, 예산편성 부적정 등을 포함하여 총 28건의 위법사항, 부당사항이 적발되었다.

그러나 최근 3월 4일 발표된 ‘S재활원 특별감사 결과 및 조치계획’은 대구시가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얼마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구시가 성보재활원에 대해 처분한 것이라고는 37건의 주의, 경고, 개선명령을 비롯하여, 부당집행 보조금의 환수가 고작이며, 직접적인 사건 관계자인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사퇴 권고, 시설 원장은 교체, 시설 사무국장을 비롯한 직원 일부에 대해서는 징계조치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우리는 단언한다. 사회복지법인 성보재활원에 대한 대구시의 이번 조치로는 그 어떤 변화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대구시의 이번 조치는 즉시적으로도, 중장기적으로도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당장의 피해자들에 대한 그 어떤 권리구제 방안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의 법적 처벌은 빠져있다. 더불어 ▲북구청과 대구시 그 스스로의 지도 및 관리감독이 부실했음이 드러난 것임에도 그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장애인 복지의 가장 큰 문제는 <민간 거대 사회복지법인>으로의 위탁을 통한 <시설수용-집단관리>체계에 있다. 즉, 복지의 공공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과 이를 통한 복지가 몇 십 명에서 몇 백 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창고’를 만들어 두고 집단으로 관리하는 것에 다름 아니란 것이다.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장애인 수용시설에서의 비리와 파행적인 운영,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유린의 모습은 이런 원인들에서 나타나는 결과적인 현상이다. 이는 대구시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이에 대한 대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즉,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조치는 없는 가운데 사태를 단순히 수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늦기 전에 스스로의 문제해결 방향을 정확히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권영진 시장 재임 이 후 첫 번째로 마주한 장애인 시설문제이다. 권 시장은 지난 2014년 ▲장애인 복지의 탈시설화로의 전환 계획 발표 ▲시설 거주인들에 대한 탈시설 지원 ▲대형 시설의 소규모화 추진과 점진적인 폐쇄 계획 수립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것이 근본적인 시설문제의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책임과 방향성은 생략된 가운데, 운영에 대한 책임만을 물으며 시설법인의 몇 몇을 본보기로 징계하고 교체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또 다시 공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스스로 면죄부를 받는 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성보재활원은 대구의 대형 수용시설 20개소 중 가장 많은 인원(정원 195명, 현원 175명)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이다. 이에 대한 단호한 대처 없이는 대구시의 시설 내 인권문제,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그 어떤 약속도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 대구시는 성보재활원 사건을 통해 시설 문제의 본질을 비켜갈 것이 아니라, 직시해야 한다. 지금 수준으로는 대구시의 조치는 영원히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아마 2009년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의 특감결과는 2009년 '장애인생활시설전수조사 결과발표'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절망스럽다. 당시 대구시는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게 ‘시설에서 나와 살고 싶은가’를 물었고, 전체 시설장애인의 50% 이상이 당장 시설을 나와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했음에도, 어떤 계획을 세웠던가? “전국 최고의 장애인 생활시설을 만들겠다”는 이상한 목표를 발표했었다. 지금 성보재활원의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해 대구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정상적인 시설’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외에 무엇이 있는가? 이 정도의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았던 지자체가 전국 어디에 있던가?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시설수용-집단관리의 ‘시설정책 자체가 정상적인 것인가?’, 이것이 끊이지 않는 한 인권유린의 현실이 정말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지금도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숱한 비리와 인권유린의 문제가 이미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우리는 성보재활원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따라서 즉시적인 조치는 상식적으로 할 것을, 중장기적인 조치에 대해서도 대구시가 발표할 것을 요구한다. 민간 거대 사회복지법인 중심으로 맡겨지면서 발생하는 복지 공공성의 문제는 대구시 통제 아래 명확한 목표설정을 통한 민관이사 파견과 조정으로 해결해 갈 것, 그리고 시설수용-집단관리 방식의 문제는 거주인들에 대한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통해 변화시켜 나갈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구시가 다시 조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성보재활원의 피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사건 관련자와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을 진행하고, 즉각 해임하라!
하나, 법인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고, 탈시설 추진을 위한 민관이사를 파견하라!
하나, 민관이사를 통하여 성보재활원 거주인들 전원의 탈시설을 지원하라!
하나, 성보재활원의 탈시설 추진과 점진적 폐쇄를 통한 법인 해산 계획을 수립하여 발표하라!

2016년 3월 7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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