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감수성과 장애계 소통 무시한 정치권에 분노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23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확정했다.

하지만 장애계 인사들은 모두 각 당이 예측한 당선안정권 밖의 번호를 부여받았다. 장애계 비례대표의 국회 진출이 20대에서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애계는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장애계와의 소통을 무시한 것’이라는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2일 가장 먼저 비례대표를 확정한 새누리당은 20번 대를 당선안정권으로 설정하고 45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 중 장애계 인사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신체장애인복지회 한정효 회장이 41번을 배정받아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장애인 당사자로 이종명 전 육군대령이 2번을 받았지만, 장애계 대표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비례대표 후보 36인 명단을 발표하고 당선안정권을 20번 안으로 설정했다.

비례대표 중 장애계 인사는 27번 국가인권위원회 최경숙 전 상임위원, 30번 전국장애인위원회 김영웅 대변인이다.

국민의당 역시 23일 20인에 대한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고 당선안정권으로 6번을 예측했다.

이 중 장애계 인사는 15번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김임연 부위원장, 16번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정중규 공동대표다.

장애계는 지난 10여 년 동안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진출, 장애계는 물론 사회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단순한 정치참여가 아닌 장애감수성을 통한 관련 현안의 진단과 해법 도출이었다.

장애계는 이번 비례대표 명단 발표에 날선 비판을 보내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장애 문제는 그 어느 사회문제보다 비중이 크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장애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 개발은 사회비용을 절감하는 측면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본질적이 요소.”라며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모습에 장애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어 “장애인의 정서와 감수성을 지닌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참여는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과 입법 및 국정감시 등 사회적 기대를 반영해 왔다.”며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장애인들의 정치참여를 빼앗는 정당에 대해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강한 비난을 보냈다.

2016총선장애인연대는 지난 22일과 23일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고 “장애계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총선장애인연대는 “그동안 장애계가 장애계 대변자들이 정계 진출을 통해 차근차근 쌓아온 장애인정책 발전의 토대를 모두 무시하고, 다시 시혜와 동정으로 관철되는 역사의 원점으로 돌아가고자 생각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더 이상 장애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선거를 통해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장애계를 대변할 자리를 빼앗았다’는 표현으로 정치권을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장애계를 대표하는 당사자를 당선권 밖으로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비례대표제를 각 정당이 안고 있는 내홍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질타하며 “장애계는 20대 총선을 준비하며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후보자들이 비례대표로 신청했지만, 권력다툼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자리가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비례대표 발표를 통해 각 정당들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약자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권익 보호보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집단임을 명확히 드러냈다.”며 “비례대표제 도입이후 사회적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성과를 원칙도 없고 당내 계파갈등 만이 남은 공천으로 하루아침에 되돌려 놓은 오늘의 작태를 장애인 유권자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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