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및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요구… ‘나쁜 정치 폐기하고 장애인권리 새로고침!’ 표어 내걸어

▲ ⓒ김한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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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정부가 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매년 진행돼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여성공감 등 46개 단체가 참여하는 420공투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이들은 매년 3월 25일~4월 20일까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철폐하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4·13 총선을 즈음해 더 강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전망이다.

25일 420공투단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20대 총선 장애인 생존권 쟁취 및 전국집중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불평등을 양산하는 ‘장애등급’… “권리를 향한 외침은 계속된다”

420공투단이 올해 활동에 앞서 내건 핵심 요구안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기준 폐지 ▲장애인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다.

구체화된 요구로는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정의 △탈시설 체계 구축 △권리옹호 시스템 마련 △개인별지원체계 구축 △소득보장권리 명시 △주거권, 참정권, 건강권 등 다양한 권리항목 규정 등을 꼽았다.

▲ ⓒ김한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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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장애인의 권리와 빈곤의 해결은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과제라는 부분에 집중한다. 법과 제도적 변화 그리고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사회적 변화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김광이 공동집행위원장은 변화의 시작으로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장애인권리보장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장애인이 권리를 바탕으로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장애인복지법이라는 ‘낡은 유물’을 버리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법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장애등급제다. 사람이 아닌 ‘몇 급 장애인’으로 규정해 버리는 제도가 권리를 무시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것.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요구는 장애계의 오래된 숙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기존 1~6급으로 된 장애등급을 개편해 중·경증으로 단순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 장애등급과 다를 것이 없어 여전히 권리를 기초로 한 복지 체계의 시작도, 맞춤형 복지서비스에도 한계가 있다고 장애계는 질타하고 있다.

▲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 ⓒ김한겸 기자
▲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 ⓒ김한겸 기자

민들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명호 활동가는 “우리는 장애등급제의 ‘개편’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또 다시 표를 얻기 위한 ‘빈’ 공약으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는 정치권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시각을 바꿔 제도와 법을 변화시켜나가는 작업과 동시에, 사회적 편견과도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재형 부회장은 “어릴 적 동네 할머니들이 내게 해준 ‘장애가 전생의 죄를 지어 벌을 받은 것’이라는 말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장애는 그 어떤 죄에 대한 벌도,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조금 불편함일 뿐.”이라며 “몇 십 년이 흐르고 사회가 변했지만 아직도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보내는 시선을 따갑고 아프다. 이제 우리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사회 약자들의 심각한 빈곤률… 정당들은 無관심

특히 420공투단은 한국 사회 속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약자들의 심각한 빈곤에 대해서도 질타를 보냈다.

420공투단에 따르면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빈곤율은 10%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약 500만 명이 절대빈곤, 약 750만 명이 상대빈곤 상태에 있다는 수치다.

▲ ⓒ황현희 기자
▲ ⓒ황현희 기자

장애인의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장애급여 수급율은 1.6%로 OECD 회원국 평균인 5.7%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11년 기준 OECD 가입 34개국 중 국민총생산비 장애인복지예산이 0.49%로 32위를 차지한다.

장애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대비 3배에 달하지만 정부의 장애급여 지출은 1/10에 불과하고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 대비 장애인 가구의 소득 역시 53.3% 수준이라는 것.

이에 420공투단은 “현재 한국 사회 속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약자들은 심각한 빈곤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외치는 정치권의 관심은 그들 곁에 없다.”는 질타와 함께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 당 당사를 직접 방문해 정책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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