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영우’ 강민지 감독

▲ 영화 '영우'의 한 장면.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제공
▲ 영화 '영우'의 한 장면.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제공

강아지 복순이와 비타민을 좋아하는 소년 '영우'. 영우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와 새엄마가 있지만 새엄마는 영우와 살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우는 할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맨발로 집 밖을 나선다. 햇살과 바람이 영우를 설레게 하고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가 영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곧 할머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는 영우의 발에 사슬을 채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할머니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 영화 ‘영우’

▲ 21일 진행된 영화 '영우'의 관객과의 대화 모습
▲ 21일 진행된 영화 '영우'의 관객과의 대화 모습

제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둘째 날인 지난 21일,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영우’가 상영됐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장애에 대한 삶과 인권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영우가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영우는 지적장애소년 영우와 할머니가 살아가는 삶을 그리고 있다.

영우의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는 마늘을 다듬으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영우는 할머니의 옆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영우가 혼자 외출을 하자 이에 놀란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영우를 집에 묶어 두게 되는데…….

영화 속 영우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결코 허구가 될 수 없는 이 사회 속 장애인의 현실을 담고 있다.

실제로 강 감독은 “중국에서 발달장애청년이 집안 우리에 갇힌 채 지내는 사진을 봤다. 내게는 꽤 큰 충격이었고, 영화의 각본은 그 곳에서 부터 시작됐다.”며 영화를 설명했다.

이어 “각본을 쓰기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게 됐다.”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주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우에게 묶인 할머니의 삶… 최선은 무엇일까?

영화 영우의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장애인과 가족이 짊어져야 할 현실의 무게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대표는 “제도가 잘 정비돼서 영우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생활하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맞춤교육을 받았다면,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던 할머니가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 과연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라며 “영화 영우의 비극은 이 사회와 제도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과 가족에게 책임을 가중시키고 있는 한국의 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영화에서도 그려졌듯이, 영우와 할머니에게는 영우의 아빠와 새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이라는 나라는 법적 부양의무자가 있다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고민되지 않은 채 ‘부양의무’라는 말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어 사회제도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영우와 같은 현실에 빠진 이들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영우는 집에서 지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설 입소를 통해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가 영우를 돌보는 데 있어 힘들지 않게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궁금증을 제기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시설에 보내질 영우의 삶이 절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영화 속 영우는 강아지와 비타민을 좋아한다. 하지만 시설은 단체생활을 하는 곳으로 개인의 기호, 자유 등이 제한된다.”며 “‘보호’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한국 사회 속 시설은 ‘감옥’과도 같은 곳.”이라고 설명해 사회 안전망의 개선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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