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상시 수화통역사 없어
장추련, 수화통역사 배치하지 않는 것은 차별에 해당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고용공단 수화통역사 배치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고용공단 수화통역사 배치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주연찬 씨. 그는 취업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에 있는 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 서울지사와 남부지사를 찾았다.

주 씨는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직업상담,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수화통역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지사 수화통역사는 매주 수요일만 와서 다른 날은 상담이 어렵다. 이에 공단은 주 씨에게 수요일에 다시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 씨는 노숙생활을 했기 때문에 뚜렷한 주거지가 없다. 공단을 다시 방문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날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주 씨는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로 방문해 수화통역사가 없어서 고용상담을 받지 못한 행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은 해당 사례에 기반해 공단의 수화통역사 배치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요구하는 ‘공단 수화통역사 배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2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열었다.

장추련은 해당 사례를 접수받고, 공단 본사를 비롯한 전국 18개 지사에 수화통역사 상시 배치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화통역사가 상시 배치돼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영상을 통해 수화를 하는 화상전화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공단 18개 지사 중 10곳을 제외한 8개 지사는 필담을 통한 구직상담만이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 10개 지사는 상시로 근무하는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수화가 가능한 자원활동가에 의지해 상담을 진행한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이에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취업을 하는 데 첫 번째로 도움을 줘야 할 공단이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함으로서 취업 자체를 못하게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청각장애인이 일 해보겠다고 공단에 가서 상담을 하려는 데 수화통역사가 없어 상담받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했다.”며 “의사소통은 고용 상담의 기본 중 기본이다. 청각장애인은 일하는 현장에서도 의사소통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장애인 고용에 제일 먼저 앞정서야 할 공단조차도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고 공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공단이 장애유형에 맞는 편의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취업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찾는 곳이 공단이다. 공단에서 구직정보·상담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다.”며 “적어도 공단은 장애인이 언제든 방문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편의시설을 잘 갖춰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취업을 향한 첫 단계에서부터 좌절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수화통역사 없는 공단, 장차법·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
▲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공단 내 수화통역사 미배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등을 모두 위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장차법 제26조 제4항은 공공기관과 소속원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정당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김 변호사는 “장차법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장애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유관기관인 공단 역시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공단은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 이것은 장차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법에 따르면 공단은 국가 유관단체로 장애인차별을 해서는 안되고 차별에 한하는 간접차별도 안된다.”며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원할 때 원하는 내용으로 상담을 받는데, 청각장애인 원하는 시간 상담을 못 받는다. 이것은 간접차별에 해당한다. 이에 인권위법에 따라서 당연히 차별로 판단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는 이 사건을 명확히 차별이라 판단하고, 공단 뿐반 아니라 공단을 지원하고 있는 국가 고용노동부에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권고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장추련은 기자회견 뒤 인권위에 해당사례를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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