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한·일 법제 포럼서 다른 의견 나와

▲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한·일 법제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
▲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한·일 법제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당사자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4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한·일 법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연구와 지역사회 복귀 등을 지원하는 일본 ‘베델의 집’ 사례를 통해 한국정신장애인의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일본 북성대학교 의료복지학과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교수(왼쪽)과 베델의 집 이용자.
▲ 일본 북성대학교 의료복지학과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교수(왼쪽)과 베델의 집 이용자.

주제발표를 진행한 일본 북성대학교 의료복지학과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교수는 베델의 집이 당사자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지원 방안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쿠요시 교수에 따르면 베델의 집(이하 베델)은 지난 1984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일본 훗카이도 우라카와에 설립한 지역사회 장애인 공동체다.

이 곳은 ‘지역에 의해서, 사회복귀로부터 사회진출로, 세끼 식사보다 회의’의 활동이념을 가지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수단으로 창업에 도전, 지역 특산물인 다시마 산지직송, 출판사업, 개호보험사업 등에 진출하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해 다양한 장애유형 당사자들에게 주거와 일자리,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베델이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당사자 연구의 시작이다.

지난 2001년 자조활동 목적으로 시작된 당사자 연구는 기존에 베델이 도입해 적용하고 있던 인지행동치료 기법 중 하나인 사회기술훈련(이하 SST)를 연구에 도입시켜 전문가 중심의 의료·재활이 아닌 당사자 주체 개입이 가능해지는 당사자 중심의 연구를 만들어냈다.

특히 베델의 당사자 연구는 혼자가 아닌 공동의 연구를 강조하며 환청, 망상 등을 경험한 당사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이를 지역사회에 알리기 위해 대외활동 등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또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면서 이들과 유대할 수 있는 실천 환경을 만들어 간다는 것.

이쿠요시 교수는 “정신장애가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연구자’의 눈으로 객관화 하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슨 방법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며 “정신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과 법 제정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환각과 망상 등 자신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알려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또한 당사자가 주체가 된 연구법에 대해 동의하며 이와 더불어 정신장애인 당사자리더를 양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또한 당사자가 주도하는 권익옹호, 역량강화, 인식개선, 연구수행 등의 활동이 민간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지속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

김 변호사는 “최근 서울시에서는 당사자리더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로 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통해 권리가 보장되는 한국 사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신장애인들의 권리를 앞장서 외칠 수 있는 당사자리더 양성 확대를 위해 공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경험교류과연 효과 있을까 의문 제기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센터장.
▲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센터장.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센터장은 당사자들의 경험 교류를 토대로 만들어진 연구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김 센터장은 “비슷한 정신장애가 있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모두 개인이 자라온 환경이 있고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말한다고 해서 이들이 과연 공감을 할지 의문.”이라며 “나 같은 경우에는 정신장애가 있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살아 온 방식으로 열심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제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받아들이는 이에게 과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베델의 당사자 연구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사자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질환자에 대한 지원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이나 질환자나 다를 게 없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동일하게 인식한다.”며 “정부는 정신장애인이과 질환자가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에 발 디딜 곳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오히려 개인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자리에 당사자를 투입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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