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입원 및 정신병원 대형화 포함된 정신보건법개정법률안 국회 통과 앞둬

▲ 한국정신장애연대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보건법전부개정안의 통과반대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정신장애연대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보건법전부개정안의 통과반대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존 정신보건법의 전면 개정을 담은 정신보건법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보름여 남은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계는 ‘정신보건법 자체가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악법인데, 여기에 개정안에는 더 큰 독소조항이 추가 됐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11일 한국정신장애연대(이하 카미)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이하 한정협)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신보건법전부개정안의 통과반대를 위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카미와 한정협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개정안 내용은 ▲정신병원 허가기관 확대 ▲동의입원 ▲경찰관 동의에 따른 응급입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신설 등의 조항이다.

우선 기존 정신보건법은 정신요양시설을 만들 때 보건복지부장관이 허가를 해야 했지만, 개정안은 허가기관을 시·도지사, 시·군·구청장까지 확대했다. 이에 요양시설 설치가 훨씬 쉬워졌다는 점에서 장애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단체는 정신병원의 허가제 확대는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을 더 촉진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카미 권오용 사무총장은 “마음만 먹으면 요양병원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설립시 제약도 줄어든 상황에서 앞으로 사업주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신요양원에 장애인 장기수용을 할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개정안 제42조는 동의입원 내용을 담고 있다. 동의입원은 환자가 퇴원 신청을 하면 정신과 의사가 72시간 안에 퇴원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

환자 퇴원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병원은 비자의입원 또는 행정입원 등으로 전환해 입원을 지속시킬 수 있다.

기존 정신보건법이 환자 본인 의사에 따라 퇴원이 가능했다면, 개정안은 의사와 상관없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를 계속 입원시킬 수 있게 됐다는 분석.

이에 권 사무총장은 “스스로 입원해도 퇴원할 때 환자는 3일동안 퇴원을 거절 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강제 입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장애인 당사자가 치료받고 싶어서 입원을 한다 하더라도 본인 뜻대로 퇴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을 통해 단체가 가장 문제점으로 삼은 점은 경찰관 동의에 의한 강제 입원 조항이다.

개정안 제44조 제2항은  경찰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단체는 정신장애인을 잠정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의사가 아닌 경찰관의 동의만 있어도 당사자는 강제 입원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권 사무총장은 “경찰관에 의한 입원 규정은 당사자의 입원 동의권을 빼앗고, 신체의 자유 마저 박탈한 것이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과잉급지의 원칙을 위배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로서 위헌 규정이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당사자… 길거리 돌아다니는 것도 불안해야 하는가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발언을 통해 당사자 복지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만든 개정안은 당사자를 더 억압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 미술작가 이정하 씨.
▲ 미술작가 이정하 씨.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미술작가 이정하 씨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는 범죄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의해 바로 병원에 입원될 수도 있다.”며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비장애인은 합의와 대화로 문제를 풀지만, 우리는 신원조회를 통해 시·군구로 넘어간다. 결국 우리가 가는 곳은 정신병원이다. 우리의 의견은 모두 무시한체 왜 우리를 가두려고만 하는가.”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강제입원 조항으로 언제 병원에 입원 될지 불안해 하며 살고 있는데, 앞으로는 길거리를 걸을 때도 누가 날 끌고 갈지 몰라 불안해 하며 다녀야 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나.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한편 카미와 한정협은 기자회견 후 개정안 반대 성명서를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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