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공투단, 사당역 버스 승강장 기습 점거 … 버스 가로막고 이동권 권리 외쳐

▲ 기습 점거에 참석한 관계자가 손팻말을 높이 올리고 있다.
▲ 기습 점거에 참석한 관계자가 손팻말을 높이 올리고 있다.

“시민 여러분, 지금 당장 저희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저희는 평생을 ‘불편함’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에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왜 여기에 나와서 투쟁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주실 수는 없습니까?”

경기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경기 공투단)은 20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사당역 4번출구 앞 버스승강장을 기습 점거하고 수원과 사당역을 오가는 7770번 버스를 가로막았다.

이들이 버스를 가로막은 이유는 경기도 지역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경기도 지역에서 기자회견과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경기도청에서의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경기 공투단은, 이날 더 많은 이들에게 장애인의 ‘불편한’ 이동권을 알리기 위해 사당역으로 나선 것.

▲ ⓒ이솔잎 기자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장애계 활동가들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는 시민의 모습. ⓒ이솔잎 기자

투쟁이 시작되자 버스기사들을 비롯해 시민들은 ‘바쁜 데 지금 뭐하는 짓이냐’, ‘경기도지사에 할 말이 있으면 경기도 가서 해라. 왜 여기서 난리냐.’ 등 경기 공투단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심지어 경기 공투단이 버스에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거칠게 항의하며 현수막을 제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경기 공투단 이도건 공동집행위원장은 “먼저 시민 여러분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며 “경기도청을 점거한지 8일이 지났지만 도지사는 단 한 번도 우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고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를 가로막고 우리의 권리를 외치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들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을 이렇게 살고 있다. 시민 여러분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지만 우리는 아니다.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할 수도 없고 사람들과 만나려면 며칠 전부터 약속해야지만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왜 우리는 차별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지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장애인의 삶을 외치는 장애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기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가 7770번 버스에 올라가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가 7770번 버스에 올라가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공투단은 현재 이동권 보장을 포함한 10대 요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공투단에 따르면 올해 활동 10년을 맞아 경기도와 31개 시·군에 장애인차별철폐선언’을 포함한 10대 요구안 이행을 촉구했다. 내용에는 ‘장애인차별철폐 선언’, ‘최중증장애인24시간 활동지원 보장’,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권리 보장’ 등이 담겨있다.

이에 경기 공투단은 10대 요구안에 대한 도지사의 책임 있는 답변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경기도는 상투적인 회신만 했을 뿐 도지사 면담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추가 예산투입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권리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예산 39억 원마저 일몰예산 처리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2층버스 점거 투쟁 과정에서 약속 받은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증차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경기 공투단은 지난 13일부터 경기도청에서 노숙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경기 공투단에 ‘먼저 퇴거를 해야만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원칙만 고수한 채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 경기 공투단 이도건 공동집행위원이 현수막을 높이 올리고 있다.
▲ 경기 공투단 이도건 공동집행위원이 현수막을 높이 올리고 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요구안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법으로 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가 이미 약속한 내용임에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경기도 저상버스 비율은 정부가 법으로 정한 목표(2016년 40%)보다 한참 못 미치는 11%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를 늘리려는 그 어떠한 목표도 세우지 않고 있다. 모든 책임을 민간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질타하며 “만약 민간업자 운영체계로 인해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대중교통 수단의 교통약자 접근권 확보와 시민 교통복지 증진을 위한 버스공영제로의 전환도 고민해 볼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지금 이 투쟁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며 “경기도 남경필 도지사는 자신이 주장하고 외치는 ‘협치’와 ‘연정’의 가치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기습점거에 참석한 참석자들.
▲ 기습점거에 참석한 참석자들.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찾기 위한 긴 투쟁에 장애인 당사자는 눈물로 공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기 공투단 김선영 활동가는 “17살에 장애 판정을 받고 25년간 ‘동정’과 ‘시혜’속에서 살고 있다. 왜 저는 이러한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합니까. 저 또한 시민 여러분과 다를거 없이 가족을 꾸리고 세금을 내고 살고 있는데 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살아야 합니까.”라며 “제 자녀들은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활동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제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멋있다고 합니다. 시민여러분, 저희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한편 농성을 진행한지 약 1시간 40여분 뒤 경기도청에서 경기 공투단이 제출한 요구안에 대한 답변서가 도착했다.

이에 경기 공투단은 이동권에 대한 세부적 계획을 요청, 답변서를 받고 약 3시간 여만에 경기도청은 저상버스 관련 도지원 계획안을 전달했다.

경기 공투단은 "이제 경기도청과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투쟁을 정리하고 면담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 ⓒ이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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