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모·부성권…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할 때
장애인 모·부성권…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할 때
  • 이솔잎 기자
  • 승인 2016.05.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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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 ‘장애인 모·부성권 확보 지원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장애인 모·부성권 확보 지원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애를 이유로 모·부성권에 대한 기본 권리를 침해받는 등의 차별행위에 대해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26일 장애계는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 모·부성권 확보 지원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비장애인중심의 출산육아 정책으로 인해 외면받고 있는 장애인 모·부성권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제28조에서는 ‘모·부성권의 차별금지’를 주요하게 규정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를 이유로 출산, 양육 등 모·부성권에 있어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여서는 안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피임과 임신, 출산. 양육 등에 있어서의 실직적인 평들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유형·정도에 적합한 정보, 활동보조 서비스 제공, 보조기기·도구 등의 개발 등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임신, 출산, 양육 등의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이 법에서 정한 차별행위를 홍보, 교육, 지원, 감독 하여야 한다 등이 담겨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출산·육아 정책은 비장애인중심으로 이뤄져 장애인이 유형에 맞는 제도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장애인 모·부성권과 관련 국가에서는 △여성장애인 출산비용지원으로 자녀 1인당 100만 원을 지원 △활동지원 수급자 또는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6개월동안 활동보조 기준 80시간 추가지원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파견(활동지원과 중복 불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부모로 살아가기에는 이 같은 지원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인천에서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부부의 경우 출산과정에서부터 장애와 각종 질병 등을 이유로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를 유산하기도 한 부부는 현재 자녀를 갖기 위해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녀는 임신 7개월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하지만 희귀성 호흡기질환 증상을 보여 3개월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자녀의 치료가 끝나고 부부는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자체에 다른 지원대책이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현재 지원하고 있는 정책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자녀를 시설에 보내거나 아니면 자부담이 60만 원 정도 발생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답변 뿐이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는 부부에게는 자부담이 발생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를 접한 장애계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고 있는 모·부성권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기본 정책을 제안했다.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상임 공동대표.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상임 공동대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상임 공동대표는 장애를 고려한 지원정책을 통해 자유롭게 행복하게 모·부성권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마땅한 지원정책이 없다보니 활동보조인이 육아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자녀가 6세 이상이 되면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이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가 돼 있는 사항.”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자녀가 성인기가 될 때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인 모·부성권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차법에도 명시돼 있는 모·부성권을 위해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 상임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모·부성권은 없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장차법에 모·부성권에 대한 내용을 담게 됐다. 누구나 가져야 될 권리지만 우리는 법으로 만들어 보호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모·부성권을 개인의 책임이자 의무로 떠넘길 뿐 방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이에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차별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인권위에 오게 됐다. 이제는 인권위가 나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장애인의 모·부성권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부모로써 자녀를 온전히 키워 낼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 정책을 만들고 모·부성권을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이 더 이상 배제되지 않도록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 모·부성권 확보 지원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사자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장애인 모·부성권 확보 지원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사자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편 장애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아이에 대한 양육·돌봄 지원 체계 마련 △장애부모의 특성 고려한 육아 정보 접근성 확보·교육 지원 △장애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의사소통 보조와 자녀의 의사소통 발달에 필요한 지원 체계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정책제안과 함께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