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본질은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범행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계획적 살인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장애계는 중앙경찰청앞에서 ‘여성혐오 범죄 대응 대신 정신장애인 희생양 만드나-정신장애인 강제 행정 입원 강화하려는 강신명 경찰청장 사과 및 입장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장애계는 중앙경찰청앞에서 ‘여성혐오 범죄 대응 대신 정신장애인 희생양 만드나-정신장애인 강제 행정 입원 강화하려는 강신명 경찰청장 사과 및 입장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살인이 아닌, 정신질환자 개인의 우발적 범죄로 결론 지으면서 장애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살인 사건 피의자 김 모씨를 구속하고, 심리면담을 통해 범행동기를 분석한 뒤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 지었다.

경찰은  김씨가 중학교시절부터 조현병(무논리증, 정서적 둔마, 환각, 망상, 와해된 행동 등을 하는 증상) 증세를 보여 약물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까지 입원생활을 했으나 올해 1월 퇴원해 3월 가출한 뒤 약물 복용을 중단해 증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국에 혐오범죄는 없다’며 묻지마 범죄를 예방 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신질환자의 범죄 방지를 위해 범죄 위험소지 정신질환자 판단 체크리스트 완성 ▲현장경찰관이 의뢰하면 의학적 판단을 거쳐 지자체장 입원 요청 ▲당사자 퇴원 요구시 거부 조치 적극 검토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경찰의 결론과 예방 대책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또다른 희생양 만들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신질환자의 살인 사건이 아니라, 평소 여성을 혐오하는 한 남성의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것.

이에 2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장애계는 중앙경찰청앞에서 ‘여성혐오 범죄 대응 대신 정신장애인 희생양 만드나-정신장애인 강제 행정 입원 강화하려는 강신명 경찰청장 사과 및 입장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장애계는 한 목소리로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예비 범죄자로 몰고가는 경찰의 태도와 그로 인해 정신보건법 강제 입원 조항을 강화하려는 대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신질환자=예비범죄자?!

먼저 장애계는 강남역 살인 사건을 이유로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몰고 가는 경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예비 범죄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2011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 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10%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료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나왔다.

이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50만인데 그 중 한명이 저지른 범죄로 조현병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고가는 여론과 경찰을 비판했다.

▲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
▲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

한국정신장애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50만 명에 가까운 당사자들이 사건·사고와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조현병 당사자가 사건사고와 밀접하다면 우리 동료는 모두 전과자가  됐을 것이다. 개인 해당 사건을 놓고 묻지마 범죄처럼 사람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 또한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사회에서 정신질환자를 모두 배제하면 범죄가 없어질까.”라며 “본인이 스스로 여성을 혐오했다고 밝힘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조현병 증상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게 말이 되나?”고 경찰이 여성혐오가 아닌 정신질환자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마련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강 청장의 발표는 장애 특성을 부정적으로 이미지화하려는 전략이다.  장애를 질병으로 질병으로 보지 않고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 해서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의 성급한 대책 발표… 정신보건법 강화 위한 포석일 뿐

특히 장애계는 강 청장이 내놓은 대책 발표가 지난 19일 제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강제입원 조항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경찰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것.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정하 활동가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 씩 강제 입원의 공포를 겪는다. 앞으로는 경찰도 우리를 입원시킬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사회에서 우리를 예비 범죄자로 만들어 강제 입원을 정당화 시킬 속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장애계는 이 사건의 본질은 사회 약자인 여성을 무방비하게 살해한 것에 있다고 전했다.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은 “이 사건은 젠더폭력이 분명한데, 왜 경찰은 묻지마 범죄로 사건을 왜곡하는가.”라며 “장애인과 여성 등 사회약자를 향한 사건은 반드시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우리는 자유로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애계 단체는 경찰청 민원실장에게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경찰청 민원실장에게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 장애계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경찰청 민원실장에게 항의공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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