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지난 3일 부모들 농성장 찾아 TF팀 구성 제안
부모들 “협상 조건으로 농성 중단 내세워… 우선 대화 물꼬부터 트여야”

“날씨가 흐리길 바랬는데 오늘도 햇볕이 뜨거우니 마음이 심난하네요. 그래도 가끔씩 바람이 불어오는게 고맙네요.

저희는 많은 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가 사회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길 바라는 것인데, 왜 우리는 매일 힘겹게 투쟁을 해야 하는 걸까요.

시청 벽면에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귀를 기울이겠습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외침은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늘 삭발을 끝으로 대화의 문이 열리길 바랍니다. 그래서 제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 때쯤 엄마들의 희망이 그만큼 커져 있길 바랍니다.”

발달장애인 생존권을 위해 무기한 삭발농성이 12일차를 맞이하는 9일 서울시청 앞. 스물네 번째 부모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갔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시청 앞은 떨어지는 부모들의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오늘로 24인의 부모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꺼이 내놓았다. 장애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외침.

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선 퇴거 후 협상’의 입장을 고수할 뿐 부모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 박선희 회원(왼쪽)과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공동대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 박선희 회원(왼쪽)과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공동대표.

농성장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 TF팀 구성 제안…  부모들 “협상 성사되면 바로 퇴거하겠다”

서울지역 장애인 부모 단체들은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청 후문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지난 3일 저녁즈음, 박원순 서울시장 농성장을 찾아왔고 정책요구안에 대한 TF팀 구성을 제안했다.

▲ 삭발식이 끝난 뒤 머리카락을 담아 서울시청에 전달하는 부모들과 대치하고 있는 경찰.
▲ 삭발식이 끝난 뒤 머리카락을 담아 서울시청에 전달하는 부모들과 대치하고 있는 경찰.

이에 부모들은 처음으로 보인 서울시의 긍정적인 반응에 기대감을 나타냈고, 지난 8일까지 TF팀 구성 협의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건 협상 조건은 ‘농성중단’이었고, 부모들과의 협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남연 회장은 “우리는 대화에 물꼬가 트이면 그 즉시 농성을 중단할테니 TF팀 구성에 협의하자고 말했지만 서울시는 먼저 중단해야지만 협상에 응하겠다고 한다.”며 “지난달 4일부터 노숙농성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당초 각 구에 1개소씩 설치를 약속했던 평생지원센터에 또한 무산시키려 했던 탓에 농성이 시작된 것 아닌가. 서울시는 또 다시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려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이 밤 늦게 갑자기 나타나 먼저 이야기를 듣고 TF팀 구성을 제안해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협상 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플레이’가 아닌 먼저 협상의 자세를 갖춰 부모들을 만나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부모들은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 발달장애인 생존권 6대 요구안 관철을 위해 서울시청 후문에서 노숙농성을 비롯해 지난달 24일부터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공동대표.
▲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공동대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 박선희 회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 박선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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