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뇌병변·시각 장애 등 유형에 따른 의료 지원 부족 질타
장애 관련 비급여 의료 진료, 의료 보험 지원 돼야

▲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의 의료 지원 체계가 장애유형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 진료항목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앞서 연구소는 장애인 당사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 의료지원의 문제점을 검토했다.

그 결과, 장애인 대부분은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되는 의료비 부담이 컸고, 특히 의료비 보험이 적용 되지 않는 항목이 많아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의료 진료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한국의 보건 의료 체계 미흡을 꼽았다.

김 대표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 사항 중 1순위는 의료보장으로, 이는 장애인의 의료보장 취약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통계.”라며 “특히 신체적 장애는 각종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많지만,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등 정신적 장애 유형은 전문 의료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 대표는 한국의 의료 보험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의료비 중 환자 본인 부담은 44.1%. OECD평균이 27.3%인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반면 건강보험 등 국가 공공재원의 부담은 외래 진료 시 62%로 OECD가 78%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장애인은 병원 진료가 더 힘들다. 심지어 제대로된 의료 지원도 부족한 상황.

실제 장애인 당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의료 체계가 다양한 장애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 부족을 호소했다.

신장장애 계속된 투석, 약해진 면역력으로 합병증 증가하지만 지원은 미비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국장.
▲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국장.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국장에 따르면 신장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 혈액 투석 때마다 진료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정부는 혈액 신장장애인 투석 비용으로 13만6,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액 수가제도의 시행에 따라 신장장애인은 본인에게 꼭 필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정액수가 외에 약제는 따로 청구할 수 없다.

이 사무국장은 “정액수가제로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고가의 약은 처방하지 않거나 비급여로 처리해 본인에게 약값 전액을 청구하고 있다. 우리는 고효율의 신약은 처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주일에 3회 씩 혈액 투석을 받기 때문에 일반 직장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장 외에 다른 질병에 대한 의료비 부담은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장장애 중 신장 이식을 한 사람들의 의료 지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장이식을 받으면 면역력이 유아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황.

이 사무국장은 “면역력이 떨어짐에 따라 각종 질병에 노출되지만, 합병증은 의료 지원 비용에 포함이 안된다.”고 신장장애인의 현실을 전했다.

잔존시력이 있지만, 보존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 아름다운행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우진 운영위원장.
▲ 아름다운행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우진 운영위원장.

시각장애인 역시 의료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개개인의 시력을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 시력으로만 보이는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개인의 시력에 대한 세밀한 치료와 관리체계가 미비하다.

아름다운행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우진 운영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은 전맹 보다 미세하지만 잔존 시기능을 갖고있는 사람이 더 많다.”며 “미세한 시기능을 보존해야 하지만, 시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기와 치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재 의료 체계를 지적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의 시력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받기 위해 ▲저시력 클리닉 마련 ▲잔존시력 유지위한 의료 지원 ▲시각 보장구 정보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강 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수시로 점검하고, 잔존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센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당사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장구가 존재하지만, 현재 보장구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대부분 의료보장구가 아닌 정보화기기로 분류 돼 의료지원이 거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시각보장구가 돋보기, 흰지팡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종류의 보장구가 있지만, 보편화 되지 않아 제대로 구할 수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보장구 정보를 알려주는 곳과 비용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뇌병변장애인에게는 멀고 험한 재활치료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

뇌병변장애인의 경우도 장애 특성상 맞춤형 의료 지원과 지속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전체 장애인 72.9%가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뇌병변장애인은 60.4%에 그친다. 또한 뇌병변장애인 중 88.1%가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의 건강권이 더 보장돼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김 실장은 “뇌병변장애는 장애의 특성상 경추질환이나 목디스크 등 2차 질병이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당사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뇌병변장애인은 2차 질병을 막고, 장애정도가 심해 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재활치료가 꾸준히 필요하지만, 치료 기간도 한정돼 있고, 수가 적용도 제한적이다.

김 실장은 “뇌병변장애인의 재활치료 욕구는 높은데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들이 마음 놓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당사자들이 직접 전하는 한국의 의료 체계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찬수 사무관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건강법)’을 통해 차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건강법을 통해 장애인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현재 주치의 제도, 건강검진 접근성 높이는 연구, 의료기관 전달체계 마련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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