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농성장 4주년 집중투쟁 선포

▲ 2017년 장애인 예산 확보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 2017년 장애인 예산 확보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2012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공동행동 출범과 함께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지하 광화문역사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농성을 시작하고 50여번의 기자회견, 90여번의 집회, 셀수 없는 선전전과 간담회,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알렸습니다. 매일밤을 쉬지 않고 이 천막을 지키고 싸움을 이어온 그 시간이 무려 4년, 1,460일입니다.”

장애인의 신체에 낙인을 부여하고 복지이용을 제한하는 장애등급제와 마지막 사회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광화문 역사 지하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총 227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공동행동은 4주년을 맞아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광화문(북측)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중투쟁을 선포했다.

“4년여의 시간동안 매일같이 농성장을 지켰냐고 물어보고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는 낮·밤없이 농성장을 지키고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무섭습니다. 매일같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삶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일상에 여러분을 초대했습니다. 익숙하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투쟁을 다짐합시다.”

2012년 8월부터 결성된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목적으로 광화문역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빠르면 2016년부터 현행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기존의 1~6급으로 나뉜 장애등급을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1~3급까지를 ‘중증’으로 4~6급까지를 ‘경증’으로 구분하는 내용을 담은 중경 단순화 시범사업을 진행, 복지부는 시범사업이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

이날 공동행동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은 복지부의 시범사업은 겉모습만 바뀐 ‘장애등급제’라고 비판하며 “장애등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접근하지 않은 채 등급은 그대로 유지시킨채 중경단순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이 정책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생각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난해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으로 개별상황에 맞는 복지급여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빈곤을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대로 남아있어 여전히 많은 빈곤층들이 실제 부양받고 있지 않은 부양의무자의 존재 때문에 마지막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맞춤형 개별급여’는 정부의 입맛에 맞춘 제도다. 이 사실은 4년간 매일같이 농성장을 지키는 우리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번 정부가 끝나더라도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더 치열하게 그리고 가열차게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생존권과 직결된 장애인 예산… 중앙정부 차원의 관련 제도 정비 필요

▲ 4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있다.
▲ 4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있다.

특히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장애인의 삶과 직결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해 활동보조이, 활동지원기관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이동권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지속 요구한 시외이동권 보장 예산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권 관련 예산은 동결됐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정 완화해 12만 명의 맞춤형 복지급여 신규 대상자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떠한 통계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공동행동은 4주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 2017년 장애인 예산 확보 집중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예산수준은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OECD 주요 8개국 사회복지지출 비교 결과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10.5%로 OECD 회원국 평균 23.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국민들이 세금이나 연금으로 부담하는 돈 가운데 복지에 쓰이는 비중이 다른 나라는 3분의 2에 달하지만 한국은 3분의 1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효율화를 목표로 재정을 절감하고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결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이동권, 노동권 등에 대한 예산은 대부분 동결시켰다.

이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재정효율화, 재정절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 복지의 양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근거 없는 이유로 유사·중복성을 이유로 추진되는 정비방안은 철회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정책기조가 복지 축소가 아니라고 한다면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광화문역에 마련된 농성장을 바라보는 모녀.
▲ 광화문역에 마련된 농성장을 바라보는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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